[혼돈의 정국, 원로에게 길을 묻다]96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의 고언
최순실-차은택 등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은 향후 미래를 가늠할 수도 있는 ‘운명의 1주일’을 맞게 됐다. 국내 1세대 철학자이자 백수(白壽·99세)를 앞둔 나이에도 우리 사회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조언해 온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96·사진)를 만나 그 해법을 물었다.
6일 오후 경기 과천시의 한 교회 특강 뒤 만난 그는 먼저 대통령의 잘못과 시급한 과제부터 꺼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의 2차 사과는 말로만 ‘내 탓이오’라고 했을 뿐 실제로는 ‘나는 충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는 식의 자기중심적 사과여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된 것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친박도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이 탈당하고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가 물러난 뒤 친박, 비박이 힘을 합쳐 여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한 여야의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과 외침은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제대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열망도 깔려 있다”며 “대통령과 여야는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작고한 김태길 안병욱 교수와 함께 3대 철학자로 꼽혀 왔으며 연세대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지도했다. 지금도 학교와 기업 등에서 강연하는 우리 사회의 ‘현자(賢者)’이자 베스트셀러 에세이집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