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아파트’ 주민 이야기 들어보니
최근 아파트 공용공간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는 ‘금연국민건강증진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이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 다. 금연 아파트 지정은 가구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인터넷 화면캡처
평소 주변의 담배 냄새가 거북하다면 ‘우리 아파트도 해보자’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손쉬운 일은 아니다.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려면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고 지방자치단체의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취재팀은 금연 아파트 6곳 중 한 곳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31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 역시 평소 ‘담배 때문에 고민’이라는 주민들이 많았다. 거리낌 없이 복도, 계단 등에서 담배를 피거나 담배꽁초를 주변에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김용하 씨(69·개인사업)는 ‘금연 아파트로 지정하는 문제를 아파트 관리소장과 논의했다. “아파트 곳곳에 ‘담배를 피우지 말자’ ‘꽁초를 버리지 말자’는 푯말을 붙여놔도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어요.”(김 씨)
‘흡연자’의 고충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금연 아파트가 되는 대신 단지 내 ‘흡연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금연 아파트 추진을 사전에 알린 후 아파트 내 흡연구역을 지정해 재떨이를 뒀다. 미리 특정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들도록 유도한 것.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반대 의견이 줄었고 60% 이상의 동의를 얻어 금연 아파트로 지정됐다. 아파트 주민들은 “정부가 주민 동의를 편리하게 얻기 위해 ‘전자투표’도 가능하게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가구주 중 고령자가 적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투표하는 게 쉽지 않다”며 조언했다. 김 씨는 “집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층간흡연이 아예 없어질 수는 없지만 계단, 복도, 어린이 놀이터에서 담배 연기가 사라진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