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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금연 아파트’ 반대 많았지만 다투기보다 흡연 폐해 설득했죠”

입력 | 2016-11-07 03:00:00

‘금연 아파트’ 주민 이야기 들어보니




최근 아파트 공용공간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는 ‘금연국민건강증진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이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 다. 금연 아파트 지정은 가구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인터넷 화면캡처

 최근 ‘금연 아파트’가 탄생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아파트, 경기 광주시 신현리 1차 현대모닝사이드아파트 등 6곳이다.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아파트 공용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금연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9월 초 시행된 후 2개월 만이다.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 단지 내 공용 공간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10만 원 이하)를 내야 한다.

 평소 주변의 담배 냄새가 거북하다면 ‘우리 아파트도 해보자’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손쉬운 일은 아니다.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려면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고 지방자치단체의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취재팀은 금연 아파트 6곳 중 한 곳인 서울 강북구 미아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31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 역시 평소 ‘담배 때문에 고민’이라는 주민들이 많았다. 거리낌 없이 복도, 계단 등에서 담배를 피거나 담배꽁초를 주변에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김용하 씨(69·개인사업)는 ‘금연 아파트로 지정하는 문제를 아파트 관리소장과 논의했다. “아파트 곳곳에 ‘담배를 피우지 말자’ ‘꽁초를 버리지 말자’는 푯말을 붙여놔도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어요.”(김 씨)

 김 씨는 아파트 경비원 등과 힘을 합쳐 8월부터 매일 단지를 돌며 초인종을 눌렀다. 가구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였다. 진척은 더뎠다. 낮에는 빈집이 많았다. ‘흡연은 개인의 자유’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럴 때마다 흡연자들을 설득했다. 이 아파트 주민 박모 씨는 “언성을 높이기보다 흡연도 ‘개인의 기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흡연자 건강, 담뱃값 절약 등을 이유로 친절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흡연자’의 고충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금연 아파트가 되는 대신 단지 내 ‘흡연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금연 아파트 추진을 사전에 알린 후 아파트 내 흡연구역을 지정해 재떨이를 뒀다. 미리 특정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들도록 유도한 것.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반대 의견이 줄었고 60% 이상의 동의를 얻어 금연 아파트로 지정됐다. 아파트 주민들은 “정부가 주민 동의를 편리하게 얻기 위해 ‘전자투표’도 가능하게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가구주 중 고령자가 적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투표하는 게 쉽지 않다”며 조언했다. 김 씨는 “집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층간흡연이 아예 없어질 수는 없지만 계단, 복도, 어린이 놀이터에서 담배 연기가 사라진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