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與 분열 심화 정진석 “반기문, 병든 보수에 오겠나” 새누리 ‘이정현 사퇴’ 갈등 고조… 이정현 “간교한 사람 분별못해 폭탄맞아”
새누리당이 지도부 사퇴를 놓고 7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진영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사실상 분당(分黨) 순서를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집권 여당을 혼란의 블랙홀로 몰아넣는 모양새다.
이날 이정현 대표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힌 뒤 친박계의 ‘엄호’ 사격이 이어졌다. 조원진 의원은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 이 난국을 수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이날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해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비상사태에 처한 지금 저 혼자 살겠다고 물러나면 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르냐”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구약성경 중 창세기의 에덴동산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금지돼 있는 선악과 과일 하나를 따먹은 죄로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자손 대대로 벌을 받고 있다”며 “한 간교한 사람을 분별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모든 명예와 업적과 수고를 다 잃었고 우리 새누리당은 폭탄 맞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수십만 당원의 뜻을 수렴해 선출된 당 대표와 의원들만의 의사로 뽑힌 원내대표의 거취가 같을 필요는 없다”며 정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부 비박 진영에선 이 대표의 사퇴 거부 상황을 놓고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들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까지 물러나면 주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비박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입장에서도 ‘호위무사’는 사실상 이 대표 한 명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일단 한 달 정도 시간을 끌어 보자는 전략을 청와대와도 이미 공유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