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끌어 팀의 2부 리그 강등을 막는 지도력을 보여준 이기형 인천 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런데 올 시즌 마지막 10경기만 놓고 감독상 수상자를 뽑는 시상식이 따로 있다면 기자는 고민 없이 이기형 인천 감독대행(42)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최종 라운드까지 이어진 전북과 서울의 우승 경쟁에 가려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대행이 이끈 시즌 막판 인천의 선전은 빛났다.
인천은 성적 부진으로 김도훈 감독이 8월 31일 물러났다. 김 감독이 물러나기 전까지 치른 28경기 성적은 5승 9무 14패로 승률 18%에 그쳤다. 순위는 최하위인 12위. 그랬던 인천이지만 수석 코치였던 이 대행이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10경기에서는 승률 60%(6승 3무 1패)의 고공행진을 하며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내년 시즌 2부 리그 강등도 피했다. 막판 10경기만 놓고 보면 서울(6승 3무 1패)과 함께 리그 최고 승률이다. 하지만 우승 팀 서울의 6할 승률과 꼴찌였던 인천의 6할 승률은 차원이 다르다.
이 대행은 막판 선전의 동력을 ‘동기부여’로 봤다.
“제로에서 출발하겠다. 나이, 이름값, 연봉 아무것도 따지지 않겠다. 훈련 때 경기를 뛰고 싶어 하는 의지를 보여주면 출전시키겠다. 출전에 대한 간절함이 큰 선수부터 내보내겠다.”
이 대행이 사령탑을 맡은 뒤 선수들을 모아놓고 처음 한 얘기다. 이 대행은 이전까지 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뛰던 외국인 공격수 벨코스키에게도 출전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다. 이 대행은 “벨코스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벨코스키보다 더 간절히 뛰고 싶어 하고, 그래서 훈련 때 더 많은 열정을 보여준 선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같은 이유로 내년 시즌 강등 여부가 걸렸던 5일 수원FC와의 시즌 최종전 골키퍼로도 프로 2년 차 이태희(21)를 출전시켰다. 이태희는 4, 5월까지 간간이 경기에 나서다가 이후로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다. 이 대행은 “벼랑 끝에 몰린 팀 사정상 경험 많은 선수들의 안정성보다는 출전만 할 수 있다면 죽기 살기로 뛸 각오가 돼 있다는 간절함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