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亞太 수수료 조정 일환” 업계 “中-日 뺀 건 납득 못해” “한국소비자는 봉” 불매운동 반발… 신뢰 깨지기 전에 해법 내놔야
김성모·경제부
금융 관련 소비자단체들이 이처럼 시위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카드사 비자(VISA)가 일방적으로 해외 이용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비자는 8개 국내 카드사를 대상으로 6개 항목의 수수료를 최대 2배까지 인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카드사가 발급한 비자카드를 해외에서 결제했을 때 내는 해외 이용 수수료를 내년 1월부터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해외 이용 수수료가 오르면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서 수수료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인상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중국과 일본은 빼고 한국만 수수료를 인상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한국만 올린 건 공정하지 않다.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협상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는 2009년에도 한국만 해외 이용 수수료를 1.2%로 인상하려다 카드사들의 반발에 부닥쳐 취소한 전력이 있다.
카드사들은 비자와의 협상에서 무기력할 수 있어도,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은 ‘비자 불매 운동’에 나서는 등 잔뜩 뿔이 났다. 비자 측이 수수료 인상에 따른 한국 소비자의 반발까지 예상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경영의 기본 원리쯤은 비자 측도 알고 있을 것이다. 실망한 한국 소비자들이 다음에는 팻말이 아니라 진짜 카드를 잘라 버릴지도 모른다.
김성모·경제부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