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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승부조작 은폐’ NC, 주창했던 리그십 어떻게 됐나

입력 | 2016-11-09 05:30:00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이태일 사장은 NC와 첫 걸음을 떼면서 ‘리더십(leadership)’이 아닌 ‘리그십(leagueship)’을 강조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팀만이 ‘승자’로 기억된다. 그러나 NC는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었다. 신생팀이고 막내구단이지만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는 팀이 되자는 신념이었다. 연고지를 수원이 아닌 창원으로 선택한 것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결정이었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것도 야구단 마케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NC가 주창하던 ‘리그십’은 구단이 소속팀 선수의 승부조작을 인지하고도 은폐한 혐의를 받으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7일 NC가 2014년 이성민이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파악하고 신생팀 특별지명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kt에 보상금 10억원을 받고 양도한 혐의로 구단 관계자 2명을 입건했다.

이에 대해 NC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구단이 부정행위를 고의로 숨기는 등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2014년 구단에 선수의 부정행위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접수돼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나 해당 선수의 승부조작 행위 가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구단은 한 차례 KBO에 승부조작 관련 신고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여름 브로커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협박전화가 오자 이 사실을 KBO에 알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암행관찰을 통해 브로커의 주장대로 팀 내 관련 인물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암행관찰 당시 이렇다할 정황을 잡지 못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이후다. 구단은 3개월 뒤 내부고발로 공익근무 중인 K씨가 동료에게 승부조작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때 구단은 KBO에 신고하는 대신 K씨를 방출하는 것으로 내부정리를 마쳤다.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은 이성민 사건이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은폐’의 정황은 K씨 사례가 있었기에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이번 사건의 핵심은 NC가 K씨가 아닌 이성민의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사법기관의 판결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NC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성민 사건 이전, 승부조작 미수에 그친 K씨 사건을 내부문제로 취급했다는 점이다. 만약 NC가 이 선수를 방출하기 전 KBO에 신고만 했더라면 그동안 주창했던 ‘클린베이스볼’, 더 나아가 ‘리그십’을 실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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