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강경한 야권]‘총리의 통할’ 모호한 표현 그냥 넘겨… “의장이 명확히 정리했어야”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의 8일 국회 방문은 전날 밤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날 국회를 찾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한 실장과의 면담 자체를 거부하자 청와대가 여야 대표 회동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우선 추진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제안에 처음에는 “야당 대표들과 먼저 얘기하는 게 좋겠다”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한 실장이 거듭 요청하자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실장은 1996년 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이었고, 정 의장은 초선 의원으로 기획조정위원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또 1998년 한 실장이 제1기 노사정위원장이었을 때 정 의장은 노사정위원회 정당 대표였다.
청와대는 내심 여야 대표의 참석도 기대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은 13분 만에 끝났다. 공개 발언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 정 의장은 민심을 전달하긴 했지만 ‘총리의 통할’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는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야당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회동에서 명확하게 정리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의장으로서 국회 분위기나 야당의 주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