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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협회내 다툼 많아 컨트롤 안돼”… 삼성과 빅딜때 ‘승마협회 인수’ 요청

입력 | 2016-11-09 03:00:00

[최순실 게이트]한화측, 빅딜 핵심조건으로 제시… 문체부에도 “회장사 못맡겠다” 전달




 2014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빅딜’에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다시 맡는 게 핵심 조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 정부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8일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을 할 때 한화 측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이 가져가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라며 “당시로서는 삼성이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정리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11월 한화에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약 2조 원에 매각했다. 임기 2년여를 남겨 둔 차남규 대한승마협회장(한화생명 대표이사)은 그해 1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이듬해 3월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화그룹은 2014년 4월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협회 내에 불협화음이나 다툼이 너무 많아 회장사로서 도저히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라며 “그해 10월 아시아경기까지만 맡아 달라는 체육계 요구에 따라 6개월 정도 더 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도 승마협회를 떠안기 부담스러웠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1995∼2010년 회장사를 맡았던 적이 있지만 2014년 당시 이미 승마협회 내부 갈등에 대한 소문이 재계에서도 파다했기 때문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방산과 화학을 팔아야 했던 시점이었는데 해외나 펀드에 매각하면 논란이 생길 게 뻔해 마침 관심을 보인 한화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라며 “협상 과정에서 삼성이 완전 ‘을’이었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삼성이 새롭게 승마협회를 맡아 선수 지원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 인사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승마협회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넘어간 데는 정부 측 핵심 인사가 삼성 고위층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메시지를 전한 정부 측 인사가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나 승마협회 담당 부처였던 문체부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검찰 수사에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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