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한화측, 빅딜 핵심조건으로 제시… 문체부에도 “회장사 못맡겠다” 전달
2014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빅딜’에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다시 맡는 게 핵심 조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 정부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8일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을 할 때 한화 측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이 가져가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라며 “당시로서는 삼성이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정리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11월 한화에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약 2조 원에 매각했다. 임기 2년여를 남겨 둔 차남규 대한승마협회장(한화생명 대표이사)은 그해 1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이듬해 3월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삼성도 승마협회를 떠안기 부담스러웠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1995∼2010년 회장사를 맡았던 적이 있지만 2014년 당시 이미 승마협회 내부 갈등에 대한 소문이 재계에서도 파다했기 때문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방산과 화학을 팔아야 했던 시점이었는데 해외나 펀드에 매각하면 논란이 생길 게 뻔해 마침 관심을 보인 한화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라며 “협상 과정에서 삼성이 완전 ‘을’이었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삼성이 새롭게 승마협회를 맡아 선수 지원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 인사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승마협회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넘어간 데는 정부 측 핵심 인사가 삼성 고위층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메시지를 전한 정부 측 인사가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나 승마협회 담당 부처였던 문체부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검찰 수사에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