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마지막 유세… 경합주 공략 총력전
7일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 광장. 3만3000여 명의 지지자가 빼곡히 들어선 마지막 유세장에 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클린턴은 이날 하루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핵심 경합 주를 돌며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놓고 불복 운운할 수 없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7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필라델피아 유세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힐러리 올스타’가 총동원돼 대선 레이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오전 백악관을 떠나 하루 종일 미시간 뉴햄프셔 등 경합 주를 돈 뒤 이곳에서 클린턴과 합류한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내가 대선에 나섰을 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고 8년간 해냈다.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우리가 해 온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민주당원인 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공화당원이지만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록가수 존 본조비가 등장했다. 본조비는 “나는 공화당원이지만 이번만큼은 힐러리와 함께한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클린턴이 마지막 유세에서 미국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하루 종일 5곳의 경합 주를 돌며 “힐러리가 집권하면 오바마 3기 정부가 된다”라며 지지층 결집에 막판 피치를 올렸다.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 유세에서 이렇게 묻자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를 구속하라”를 외쳤고, 일부 지지자는 클린턴에 대해 “악마이자 마녀”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트럼프의 강력한 우군인 장녀 이방카 등 자녀들도 이날 트럼프와 별도로 움직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방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고령에도) 하루에 5군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바라는 미국인들의 열정 덕분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뉴햄프셔 미시간 네바다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핵심 경합 주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민심이 흔들릴 정도여서 두 후보가 얼마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최종 승부가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대부분의 조사가 클린턴 우세를 예측한 것과 달리 8일 오전 현재 클린턴이 203명, 트럼프가 164명, 경합 주는 171명이라며 막판까지도 아주 보수적이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