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6집 앨범 ‘나무가 되어’
8일 20년 만의 신작(아래쪽 사진)을 낸 가수 조동진. 푸른곰팡이 제공
‘제비꽃’ ‘나뭇잎 사이로’ ‘행복한 사람’의 포크 가수 조동진(69)이 20년 만에 신작을 냈다.
8일 나온 6집 ‘나무가 되어’는 1996년 5집 이후 그가 처음 내는 정규앨범이다. 조동진은 그간 심장질환을 앓다 회복했으며 작년 봄부터 신작 작업을 개시했다. ‘나무가 되어’에는 10곡이 담겼는데 곡 길이가 대개 7분대여서 총 재생시간은 76분에 달한다.
조동진은 1970년대 데뷔 당시부터 안개와 강물의 호출자였다. 그의 포크 음악은 매우 느리고 유장하게 시어를 흘려보냈기에 누군가에겐 졸리고 다른 이에겐 몽환적이거나 가히 주술적인 작품이 됐다.
20년 만에 피어오른 신작은 또 한 번 안개의 길을 걷는다. 이번엔 통기타의 담백한 선율보다 전자 노이즈가 더 앞으로 나왔다. 공간감은 21세기적으로 몽롱하다. 동생이자 음악가인 조동익이 함께한 ‘사운드 디자인’ 덕이다. 첫 곡 ‘그렇게 10년’의 도입부부터 변화의 음영이 역력하다. 고즈넉한 플뤼겔호른 소리가 전자음과 뒤엉키는 꿈의 실타래를 뚫고 컴퓨터로 처리된 조동진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기계 처리와 코러스 효과로 모호해진 그 목소리는 거의 사이버 가수를 연상케 한다. 통기타 반주 위로 어눌한 듯 진솔하게 깔리던 그 목소리만을 사랑했던 이라면 이 변신은 충격적일 것이다. 이 변조된 목소리는 앨범의 절반을 채운다. 에리크 트뤼파즈, 닐스 프람, 엔야나 일렉트로 재즈, 앰비언트 음악 팬에게 ‘이거 유럽 쪽 신인인데…’ 하며 모르는 척 툭 건네도 좋을 만한 음반이다. ‘섬 안의 섬’에는 핑크플로이드의 인장이 진하다. ‘1970’ ‘향기’ 등 옛 조동진의 매력을 보존한 곡도 여럿 있다. 여기서도 일부 변조된 목소리가 좀 낯설긴 하다.
조동진은 가수들의 산실이던 오리엔트 프로덕션의 전속 작곡가이자 밴드 ‘동방의 빛’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1979년 ‘행복한 사람’이 담긴 1집으로 데뷔했다. 양희은, 이장희, 이수만, 김세환, 송창식이 그가 지은 노래를 불러 작곡가로도 주목받았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 날, 장필순의 데뷔에 구심점 역할을 했고 자연주의 음악의 둥지 ‘하나음악’의 수장이자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