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캐나다의 프리랜서 정보기술(IT) 분야 기술자인 제이슨 콤리는 아내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자기보다 돈도 잘 벌고, 키도 크며, 잘생긴 남자에게 아내가 간 것이다. 그는 상실감으로 9개월간 거의 폐인처럼 집에 틀어박혀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려움과 마주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삶을 살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매일 누군가에게 하루에 한 번씩 거절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예를 들어 마트의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집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을 하면 당연히 그는 거절을 당한다. 이렇게 매일 거절을 일부러 당하면서 차차 거절에 대한 맷집을 키워가게 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절 세러피(rejection therapy)라는 것을 만들게 되고, 전 세계에 확산시켜 오고 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 중에는 중국인 자장이 있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중국을 방문했던 빌 게이츠의 강연을 듣고는 창업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졸업 후 창업이 아닌 취업을 한다. 억대 연봉을 받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던 그는 자신이 미국에 온 목적이었던 창업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결국 아내의 허락을 받아 첫아이가 태어나기 나흘 전 회사에 사표를 내고, 6개월 동안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선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투자자들과 만나 공을 들였지만, 4개월이 지났을 때 거의 될 줄 알았던 투자자로부터 별다른 이유도 없이 거절 통보를 받는다. 크게 상심했던 그는 거의 포기 상태에서 우연히 거절 세러피를 접하게 되고, 100일 동안 100번의 거절을 당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이 프로젝트는 CNN, 포브스 등 유명 언론에 소개됐고, 그는 거절의 맷집을 훈련시켜 주는 영업 트레이닝 회사를 세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성공을 기본으로 여기고 거절을 예외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할 것 같은 일은 시도하지 않는다. 자장은 100번의 거절을 위해 매일 시도했던 것 중 의외로 많은 사람이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들어줘 당황하기까지 했다. 거절을 기본으로 일에 접근하면 의외의 기회와 맞닿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거절은 예외가 아니라 디폴트(default), 즉 기본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