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국가미래연구원 만들어놓고도 최순실 자문그룹에 의존 18년 은둔생활 박 대통령 공조직 싱크탱크보다 3인방과 최순실이 편해 마사지센터 수준의 사람들이 청와대에 국정보고서 올려
황호택 논설주간
박 대통령은 2012년 새누리당 경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10년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이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었다. 여러 갈래로 자신을 돕던 학자 지식인을 하나로 모아 대선 전략을 짜고 정책 제안을 하는 기구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국가미래연구원을 만들어놓고도 여전히 측근에게 의존하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해야겠다고 작심한 김 원장이 박 대통령 앞에서 ‘문고리 3인방’의 잘못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이 “꼭 그래야 하나요?”라며 3인방 편을 들었다. 그리고 일 처리의 무게중심은 3인방으로 기울어졌다. 3인방은 이번에 밝혀졌듯이 최순실이 수족처럼 부리는 사람들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부처나 수석실에서 보고한 적이 없는 내용을 갑자기 꺼내 당황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장차관들끼리 ‘우리 말고 따로 보고를 받고 공부하는 비선(秘線)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18년 동안 은둔생활을 했던 박 대통령에게 국가미래연구원 같은 공조직보다는 최순실 자문그룹이 편했을지 모른다. 대통령은 유난히 보안의식이 강해 공개적인 싱크탱크로는 비밀 관리가 어렵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최순실 자문그룹은 최 씨나 박 대통령과 이런 저런 연으로 얽혀 있었지만 국가미래연구원 같은 A급 전문가가 아니라 B, C급이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국가미래연구원은 간판 노릇만 하고 실제 자문 및 보좌 역할을 최순실 싱크탱크가 했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 붕괴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역술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내외 학자 중에도 북한의 조기 붕괴론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만 최순실이 시기를 못 박아 ‘2년 내 붕괴론’ 같은 주장을 하고 다녔다는 것은 역술적 분위기가 풍긴다.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뤼순 감옥이 아니라 하얼빈 감옥으로 적는 실수는 포털사이트만 한 번 두들겨 봐도 막을 수 있었다. 10년 동안 대통령 메시지를 담당했던 조인근 전 비서관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실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순실이 연설문을 고쳤다가 잘못되면 짜증을 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하얼빈 감옥’도 최순실이 거느린 삼류 자문그룹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
재벌로부터 돈을 거두어 만든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최 씨의 단골 마사지센터장이 차지했다. 김한수 대통령뉴미디어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뉴미디어와 무관한 문구유통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최순실 싱크탱크의 수준을 넉넉히 짐작할 만하다.
싱크탱크의 기능은 정책의 제안에 그친다. 그러나 최순실 자문그룹은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 관여하고 인사를 주무르고 이권을 챙겼다. 이 정도면 싱크탱크를 넘어서 막후의 사설(私設) 정부라고 할 만하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