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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프로야구 NC의 승부조작 은폐

입력 | 2016-11-09 03:00:00


 일본 프로야구계는 1969∼1971년 ‘검은 안개(黑ぃ霧) 사건’으로 불리는 승부조작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야쿠자까지 관여한 사건으로 19명의 선수가 영구 추방 등 중징계를 받았다. 해당 선수들이 소속된 니시테쓰와 도에이는 매각됐다. ‘승부조작은 야구계 추방’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경기 결과에 장난치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작년 11월과 올 3월 요미우리는 승부조작보다 경미한 야구도박을 한 투수 4명을 모두 퇴출하고 구단주와 구단 대표도 사임했다.

 ▷출범 35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2012년 승부조작이 처음 불거져 LG 소속 박현준과 김성현이 영구제명됐다. 4년 뒤인 올해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7월 NC 이태양과 넥센 문우람에 이어 최근 전 NC 투수 이성민과 기아 유창식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도 드러났다. ‘형, 동생’ 하면서 알고 지낸 브로커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선수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하면서 그것이 범죄라는 인식도 없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수들의 일탈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NC 구단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다. NC 단장과 운영본부장은 이성민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 더구나 2014년에는 이성민이 신생팀 KT에 특별 지명되도록 유도한 뒤 10억 원의 트레이드 대금까지 받았다는 게 경찰의 수사 결과다. 구단 고위관계자가 선수의 명백한 잘못을 은폐하고 부당 이득까지 챙기면서 다른 구단에 넘긴 것은 관중과 팬들을 배신하는 악질적 범죄다. 해당 선수들은 물론 NC 구단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불가피하다.

 ▷프로야구는 올해 800만 관중을 돌파할 만큼 국민적 인기가 높다. 하지만 페어플레이에 대한 기본 인식도 없는 선수나 코칭스태프, 스포츠범죄 은폐까지 서슴지 않는 구단 프런트로는 미래가 없다. 잦은 승부조작 사건으로 신뢰와 인기가 추락한 대만 프로야구의 부침(浮沈)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가 두산에 무릎을 꿇었던 NC가 우승까지 했다면 한국 야구사에 정말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뻔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