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진야곱. 스포츠동아DB
불법스포츠도박 자진신고 여부를 놓고 두산과 KBO가 진실게임에 빠졌다. 두산은 선수의 부정행위 자수와 동시에 주관단체에 통보했다는 입장이고, KBO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선수의 부정행위를 알고도 경기에 출전시킨 두산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고, KBO는 승부조작 자진신고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났다.
범죄행위를 자수한 이는 진야곱(27)이다. 그는 8월초 구단과 개별면담에서 2011년 인터넷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베팅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당시 시점은 7월20일 NC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직후였다. KBO는 이후 7월22일부터 8월12일까지 3주간 자진신고 기간을 정했다. 실제로 KIA 투수 유창식이 7월24일 자신의 승부조작 가담을 신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진야곱의 자진신고 직후 상황이다. 두산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진야곱이 8월 구단에 자수해 이 내용을 곧바로 KBO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두산 관계자 역시 9일 전화통화에서 “김승호 운영팀장이 직접 KBO 정금조 운영부장에게 전화해 진야곱의 자진신고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BO의 입장은 정반대다. 8월 두산으로부터 진야곱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운영팀에선 자진신고 기간은 물론 8월 내내 관련 사실을 통보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KBO 정금조 운영부장 역시 “진야곱이 불법스포츠도박과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경기북부경찰청에서 9월20일경 연락을 취해와 진야곱의 연락처를 물었을 때다. 그 이후 진야곱이 불법스포츠도박에 베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측의 진실 공방은 쉽게 결론 나지 않을 전망이다. 서면으로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확인해줄 증거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진실게임의 향방을 떠나 이번 사건을 통해 여러 문제가 동시에 터졌다. 일단 KBO 자진신고 시스템의 미비점이다. KBO는 7월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 연루 이후 기존 KBO공정센터를 확대해 KBO클린베이스볼센터를 신설했지만, 자진신고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두산의 운영 방식도 잘못됐다. 소속선수의 부정행위 가담 사실을 알고도 출전을 강행시킨 것이다. 실제로 두산은 자진신고 직후로 추정되는 8월4일 진야곱을 1군 말소시켰지만, 열흘 뒤인 14일 다시 콜업시켜 경기에 내보냈다. 이후 9월29일 잠실 넥센전까지 마운드에 오른 뒤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진야곱이 8월14일 이후 출전한 경기는 모두 17게임으로, 1승3홀드 방어율 1.65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두산은 진야곱이 나온 17경기에서 11승6패를 거뒀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