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철강 ‘위기’…의료-건설 ‘기회’
○ 자동차, 가전 등 피해 우려
트럼프는 미국 포드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는 등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에 따라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공장은 중형 세단 생산에 주력해왔는데 최근 레저용차량(RV) 수요가 늘어 한국에서 수출한 물량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에 현지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대미 수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전업계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7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111.09%와 49.88%의 반덤핑 예비관세가 부과된 바 있다. 중국산에 대한 제재가 배경이지만 미국에서 한국 기업 제품이 인기를 끈 것도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기준으로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의 매출액 비중이 34.4%나 돼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수출에 타격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전망도 불투명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가리켜 ‘거짓말(hoax)’이라 일컬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규제 정책에 전면으로 반대해왔다. 그는 미국 내 석유 셰일가스 석탄 등의 채굴과 개발을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강화돼 온 규제를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이 석유 생산을 늘리게 되면 유가 하락이 리스크로 작용해 관련산업에 대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섬유·의류 부문도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섬유산업은 무역적자 폭이 커 그동안 피해를 호소해왔다. 곽우천 뉴욕한인의류협회 이사장은 “트럼프는 자국 제조업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미국 의류업계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한국의 섬유·의류 수출업계에 악재”라고 말했다.
○ 건설, 방위산업, 의료 분야는 호재 될 수도
트럼프는 미국의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장병 수를 540만 명까지 늘리고 전투기, 군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현대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공약을 내세웠다. 공약 이행을 위해선 연간 최소 16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 항공기, 선박, 무기류 등의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