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CF감독 차은택 씨가 그젯밤 체포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조사를 받았다. 체포영장에 적시된 수억 원대의 횡령과 광고회사 포레카 인수업체에 대한 지분 강탈(공동 강요) 혐의는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문화계 전반에 걸친 국정 농단 의혹에 비추면 빙산의 일각이다.
차 씨는 2014년 최 씨의 끈을 잡고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이듬해에는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대부’로 모셨다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작년 포레카 인수업체 대표에게 “지분을 안 넘기면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릴 수 있다”고 협박할 만큼 조폭 같은 권력을 휘둘렀다. 직장 상사이자 대학 은사였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의 인사에도 차 씨가 관여한 흔적이 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VIP(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쫓아낸 뒤 차 씨는 CJ E&M 사옥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차려 주인 행세를 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그처럼 문화 권력을 한 손에 쥐었던 사람은 없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차은택이 하는 모든 사업에 예산을 몰아줬다”고 증언했을 정도다.
이 같은 차 씨의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지난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이 적발했으나 청와대는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 동아일보 보도다. 민정수석실이 차 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만에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면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서 추가로 받은 70억 원을 롯데그룹 압수수색 전날인 6월 9일부터 급하게 되돌려준 것도 수상하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이 최 씨 측에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가능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