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헌법상 권한 포기 요구 안철수 강경론에 영향 받은듯 野 내부서도 “위헌적 발상” 우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9일 자신이 주장해온 거국중립내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가진 시민사회 인사들과의 대화에서 “(총리의 권한을) 내치와 외치로 구분하는 것은 제가 제안한 거국내각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군통수권, 계엄권,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권 등 (국정) 전반을 거국내각에 맡기고 대통령이 손을 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상 대통령이 가진 대부분의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하라는 주문이다.
문 전 대표는 야권 대선 주자 중 거국내각 구성을 가장 먼저 거론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민주당 안팎의 지적에 언급을 자제하다 최근 다시 거국내각론을 꺼내들었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통령이 내치·외치 모두 손을 떼고 즉각 물러나라’며 연일 하야·퇴진 강경론을 편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이날 “제 제안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민심이 요구하는 하야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 정도는 가야 민심에 그나마 부응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