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태풍] 트럼프가 걸어온 길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885년 미국에 건너와 자수성가한 독일 이민자의 후손이다.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개인 재산은 37억 달러(약 4조2180억 원)로 미국 내 부자 순위 156위다. 뉴욕 트럼프타워 등을 소유하며 515개 자회사를 거느린 부동산 기업 더트럼프오거니제이션의 대표다.
트럼프는 1946년 6월 뉴욕 퀸스 백인 주거지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음악교사를 때려 멍이 들게 할 정도로 거칠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인 아들을 바로잡으려고 사립 기숙학교인 뉴욕군사학교에 보냈다. 트럼프는 옛 군대의 낡은 폭력성이 난무하는 학교에 잘 적응했고 경쟁심도 강하게 키웠다.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포덤대 경영학과를 거쳐 아이비리그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트럼프는 이후에도 호텔, 카지노, 골프장 등에 투자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아버지 프레드는 사망할 때 3억 달러(약 3420억 원)의 재산을 남겼으나 트럼프가 더 많은 재산을 모았다. 트럼프의 경영 방식은 창조, 고객 만족, 혁신 등을 강조하는 기존 기업들과는 달랐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통적인 거래에 집중했다. 한방에 큰돈을 벌려는 도박적인 모습도 강했다.
실패도 적지 않았다. 1988년 이스턴항공에서 여객기 21대를 구매해 트럼프항공을 시작했으나 1992년 문 닫았다. 1991∼2009년 그가 운영했던 호텔, 카지노 등은 6차례나 파산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파산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 투자자와 채권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떠안겼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2004년 트럼프는 NBC방송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의 진행자 겸 공동 제작자로 나섰다. 어프렌티스는 연봉 25만 달러(약 2억8500만 원)의 트럼프 계열사 관리자를 채용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트럼프는 방송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포장됐다. 참가자들에게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중 스타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권좌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았다. 40대 초반부터 정치권을 기웃거렸으나 제도권 정치 경력은 전무했다. 1988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나서려 했지만 논란이 일어 성사되지 못했다. 2004년, 2012년 대선과 2006년, 2014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선뜻 출마하지는 않았다. 1999년 개혁당 대통령 후보로 등록해 여론조사에서 7%의 지지율을 얻었다가 개혁당 내홍으로 중도에 그만뒀다.
정치적인 이념이나 소신도 뚜렷한 편이 아니었다. 논리적인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문제는 1987년 거액을 들여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의 광고 지면에 실었던 옛날 주장과 같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가 얌체처럼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뉴욕군사학교 친구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에도 트럼프가 비슷한 주장을 했다고 증언했다. 여배우, 패션모델과 3번 결혼했고 5명의 자녀를 뒀다. 현재 부인인 슬로베니아 출신 멜라니아 트럼프와는 2005년 결혼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