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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못깨고… 클린턴 ‘8년의 도전’ 막내려

입력 | 2016-11-10 03:00:00

“어떤 일 일어나든 모든것에 감사”
패배 조짐 보일 무렵 트위터에 글
클린턴, 트럼프에 “당선 축하” 전화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9)가 끝내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민주당 경선부터 8년간 이어온 대권 도전의 막을 내린 것이다. 클린턴은 낙선에 이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특별수사라는 악재까지 안게 됐다.

 CNN에 따르면 9일 오후 10시 반 현재 전국 득표율은 클린턴이 47.6%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47.5%)보다 0.1%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주별 승자가 모든 대의원을 독차지하는 미국 승자독식 선거 방식에 따라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예상치 못했던 투표 결과를 받아든 클린턴은 담담해 보였다. 개표가 진행되던 8일 오후 클린턴은 트위터 계정에 “우리 캠프가 정말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늘 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난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썼다. 패색이 짙어질 무렵 올라온 글이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을 때도 그는 담담했다. 클린턴은 “우리가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진 못했으나 천장엔 1800만 개(지지 대의원 수)의 틈이 생겼다”는 연설로 감동을 주었다. 10년 전인 1998년 빌 클린턴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남편 곁을 꿋꿋이 지키는 의연함을 보였다.

 강한 여성 클린턴에게도 이번 패배만큼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여성 대통령이란 꿈은 너무나 절실했다. 클린턴은 어릴 적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 어머니 도러시 하월 로댐이 “여자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 영향이 컸다. 클린턴은 미국 동부 명문 여대인 웰즐리대에 입학해 1968년 학생회장을 맡았고 이듬해 5월 웰즐리대 졸업식에서 역대 졸업생 중 처음으로 직접 연설에 나섰다. 1971년 예일대 로스쿨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정치 이력을 쌓아가며 야망을 키웠다.

 클린턴이 마지막 유리천장을 깨지 못한 것은 위선적이고 차가운 이미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TV토론과 유세에서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클린턴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런 이미지를 부각했다. 트럼프가 대권을 거머쥐며 클린턴은 개인 이메일 이용과 관련해 특별검사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캠프 선대본부장은 9일 미국 MSNBC 인터뷰에서 “(이메일 사건과 관련해) 클린턴을 조사할 특별검사 임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