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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세계 강타한다

입력 | 2016-11-10 03:00:00

트럼프, 클린턴에 예상밖 압승… 美대통령 당선
공화당이 상-하원도 장악 ‘슈퍼파워 정권’ 등장
보호무역 주장… 세계 질서에 불확실성 회오리
朴대통령 “공조 더 굳건히” 축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걸고 대외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 온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70)가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 등 우방국과의 동맹관계 재조정과 무역협정 재검토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 온 세계 질서에 격변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국정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는 국내 상황에서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미동맹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현지 시간) 미 전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89명을 확보(9일 오전 8시 반 현재)해 218명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9)에게 압승을 거뒀다.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해 트럼프는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동시에 갖는 강력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재벌이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클린턴을 누른 것은 기성 워싱턴 정치에 분노하고 중산층이 붕괴된 미국 사회에 절망한 백인 노동자(앵그리 화이트)들의 변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의 72%가 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고 백인 여성의 51%도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부 지역 경합주를 싹쓸이했다. 100석 중 34석을 놓고 치러진 상원 선거 결과 공화당은 전체 100석 가운데 51석을 차지하면서 다수당을 유지했다. 435석 모두를 놓고 치러진 하원 선거에선 최소 235석을 차지해 과반을 얻었다.

 트럼프가 공화당 지도부 지원 없이 백악관에 입성한 만큼 당내 일각의 반대에도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통한 불법 이민자 추방, 무슬림 입국 시 신분 조회 등 자신의 선거 공약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역대 가장 지저분한 대선을 치르면서 사분오열된 미국 사회는 더욱 깊은 격랑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9일 오전 2시 47분 뉴욕 맨해튼 힐턴호텔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이제는 미국이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때인 만큼 단결된 국민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그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모든 이와 다른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오전 트럼프에게 축하전화를 걸고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10일 초청해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간 공조가 더욱 굳건해지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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