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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접 프로젝트 기획하고 책임 자율-자치가 있는 학교 자랑스러워요

입력 | 2016-11-10 03:00:00

[우리 학교에서는]




올해 금옥여고에서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개최한 후보자 공정선거 실천협약식 모습.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로 공약 검증 100분 토론, 투표 인증샷 이벤트 등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면서 투표율은 84%를 기록했다. 금옥여고 제공

이명은 서울 금옥여고 2학년 전교 학생회장

 #장면1. 3월 8일, 여성의 날.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나온 프로젝트 기획단 친구들이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빵’과 ‘장미’를 나눠준다. 올해 첫 아침활력프로젝트의 시작이다. 1학년 신입생들은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호기심에 모여들고, 2, 3학년생은 익숙하게 오늘은 무슨 주제인가 하고 모여든다.

 #장면2.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친 교육 동아리 친구들이 책상을 끌어와 공기놀이를 하고, 바닥에 분필로 놀이 공간을 그린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놀이에 빠져든다.

 즐거운 이들 프로젝트 진행은 모두 우리 학교 학생들 몫이다. 선생님들은 안전지도만 해주실 뿐 기획부터 계획서 작성, 예산 청구, 물품 준비, 실행 및 뒷정리까지 모든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 한다. 학기 초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청하면 그 뒤부터는 우리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준비할 수 있다. 학생들의 자율과 자치가 존중되는 학교. 우리 학생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일이다.

 자율과 자치가 보장되는 학생 중심 활동은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목적의식을 갖게 하고 자발성을 부여한다. 그 과정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깊은 사고와 행동이 나온다. 한 예로 얼마 전 학생회는 축제 때 먹거리 장터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의 소비가 의미 있는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착한 소비’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을 통해 장터 수익금으로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세월호 기억 노란 우산, 그리고 저소득층에 생리대를 지원해주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의 생리대 구입에 그 돈을 쓰기로 했다.

 우리 학교는 올해부터 학생회와 학급회의 소통 역할을 하는 학년회(학년별 학급임원 모임)를 조직해 좀 더 빠르고 내실 있는 학생 소통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회에서 직접 부장선생님들을 찾아가 건의를 하거나 우리 학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은 토론회를 열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 학교는 무조건 투표에 참여하는 의무투표가 아닌 선거 참여 의사에 따라 스스로 투표하는 자율투표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후보자 등록부터 개표까지 유권자인 학생들이 투표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선거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돼 선거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후보자 공정선거실천협약식을 시작으로 출마선언문과 공약집 제작, 후보자 홍보 영상 제작 및 라디오 인터뷰,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로 진행된 공약 검증 100분 토론과 투표 인증샷 이벤트까지 모든 과정은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발품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84%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단순한 수동적인 배움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을 찾아가고 실천하며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주체로서 가치가 더 크다는 점을 깨닫는다. 학내에서 보장되는 자율과 자치를 통해 나와 친구, 그리고 공동체의 삶에 대해 이해하며 교복 입은 민주시민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명은 서울 금옥여고 2학년 전교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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