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수행자 1000명 설문 예상밖 결과에 직선제 안건 등 이월… 내년 선거 놓고 갈등 심화될 듯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의 80.5%가 총무원장 직선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스님들의 직선제 찬성률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내년 10월로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 방식을 놓고 종단 주류와 일반 스님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직선제선출제특별위원회(직선제 특위)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7∼26일 승랍(출가 햇수) 10년 이상의 비구(534명)·비구니(466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일 중앙종회에서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구 79.4%, 비구니 81.8% 등 80.5%가 직선제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승랍 10년 이상 스님 중 비구 중덕·비구니 정덕 이상의 스님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직선제 특위의 안에 대해서는 84.3%가 찬성을 표시했다. 중덕과 정덕은 3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스님을 뜻한다.
그러나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중앙종회는 8일 열린 종회에서 직선제특위가 내놓은 직선제 안건과 ‘염화미소법’ 등을 모두 내년 3월로 이월시켰다. 염화미소법은 현행과 같은 간선제지만 선거인단을 311명에서 706명으로 확대하고, 선거인단이 뽑은 후보 3명 중 한 명을 종정이 무작위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불교계에선 스님의 80% 이상이 직선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종단 주류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직선제 특위는 100인 대중공사 이후 스님은 물론 재가자들까지 요구하고 있는 직선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종회를 90% 가깝게 장악한 종단 주류가 내년 3월 종회에서 염화미소법이나 직선제를 둘 다 폐기하고 현행 선거법으로 차기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직선제를 강력히 주장해 온 천장사 주지 허정 스님을 연임시키지 않은 것도 일종의 ‘본보기’를 보여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직선제에 대한 스님들의 열망이 확인돼 직선제로의 변경 주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불교계 인사는 “대다수가 직선제를 찬성하는 것은 현재의 종단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다는 뜻”이라며 “구심점만 생기면 종단 안팎에서 직선제를 위한 압박이 거세지고, 갈등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