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한강에서 지창욱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프러포즈를 받는다면.
팬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꿈 같은 일을 그가 이렇게 현실에서 해냈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우 지창욱(29)이 지난 10월 15일 사상 초유의 야외 팬 미팅 행사로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에서 주인공 김제하 역으로 열연해 인기 상한가를 달리는 그가 바쁜 촬영 일정을 쪼개 팬들과 좀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자 마련한 깜짝 이벤트였다. 〈더 케이투〉는 ‘K2’로 불리는 전쟁 용병 출신의 보디가드 김제하와 그를 고용한 대선 후보의 아내, 그리고 K2가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소녀 고안나를 중심으로 베일에 싸인 로열 패밀리들의 세계를 파헤치는 액션 드라마다.
초대형 스크린과 많은 테이블이 설치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공원 잔디마당의 팬 미팅 현장은 대규모 야외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치킨 차량에서 갓 튀겨낸 바삭한 순살 치킨과 콜라, 맥주 등의 음료가 테이블마다 차려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 공개된 지창욱의 최근 아시아 투어 하이라이트 영상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지창욱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세 가지 즐거움이 함께한 3D 입체 팬 미팅
가을밤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녹아들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첫 곡 ‘성정’을 부르며 등장한 그는 “춥지 않으시냐?”는 다정한 멘트로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기 위해 직접 무대 아래로 내려가 일일이 눈을 맞추는 등 세심한 팬 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을 보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 애타는 팬들을 위해 메인 무대와 중앙 무대를 수시로 오가며 노래와 멘트를 이어갔다. 뮤지컬 〈그날들〉에도 출연 중이라고 밝힌 그는 ‘성정’ 외에 ‘널 생각해’ ‘나비에게’ ‘사랑했지만’ ‘그대와 영원히’ ‘지켜줄게’ 등의 노래를 라이브로 열창하며 잔디마당을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레이 체크 슈트와 블랙 터틀넥 티셔츠로 완성한 세련된 패션도 팬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처음으로 야외에서 팬 미팅을 하게 되어 느낌이 새롭고 설렌다”며 팬들과의 이색적인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낸 그는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팬들이 작성한 포스트잇 메시지에 담겨 있던 미션까지 성실히 수행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내 여자에게 불러주고픈 노래”를 묻는 질문에는 “그분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왜 이렇게 잘생겼냐”는 질문에는 “사랑한다”는 말로 화답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남편이 팬 미팅에 참석하지 못하게 해 딸을 억지로 데려왔다는 주부의 사연에 팬들과 지창욱 모두 웃음보를 터트리기도 했다. 또 최근 유행하는 걸 그룹 트와이스가 ‘치어 업’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추는 ‘샤샤샤’ 춤을 지창욱 버전으로 보고 싶다는 팬의 요청에도 선뜻 앙증맞은 포즈로 ‘샤샤샤’ 춤을 선보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을 보려고 회사와 학교에 가지 않은 팬들의 일화를 소개하며, “제가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질 순 없습니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곁들여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더 케이투〉를 방영해달라는 일본 팬의 요청에는 “일본에 판권이 판매됐다고 들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당신 곁에, 널 위해 준비했어
이날의 깜짝 선물은 지창욱이 팬 미팅을 직접 준비했다는 것이다. 팬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테이블을 닦고 직접 치킨을 튀기는가 하면 맥주와 치킨을 테이블 위에 정렬해두는 그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팬들 사이를 누비며 장난을 치거나 함께 사진을 찍던 백곰 인형 탈을 쓴 사람이 본부석으로 향하며 탈을 벗어 지창욱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에는 충격의 환호성마저 터져나왔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지창욱과 팬들이 함께한 〈더 케이투〉 본방 사수였다. 지창욱은 중앙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팬들과 함께 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중간 중간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와 자신의 감상을 전했다. 그가 고안나(임윤아)와의 지붕 신에서 미끄러지는 액션이 “연기가 아닌 진짜였다”고 고백하자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안나와 제하가 주고받은 ‘아파?’ ‘안 아파!’ 등의 대사도 돌발 상황에서 나온 애드리브였어요. 드라마 속 제하는 ‘안 아파!’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무척 아팠어요. 너무 아파서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드라마가 끝나고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 되자 지창욱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꼭 버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마지막까지 팬들과 스태프를 배려하는 세심함으로 또 한 번 감동을 안겼다. 팬 미팅이 끝난 뒤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그는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팬들과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며 “추운데 와주신 팬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진심으로 보답한 그의 팬 미팅은 그렇게 훈훈하게 저물었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제공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김영화
editor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