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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방 붐 주도한 ‘쇼 셰프’, 미슐랭 스타는 한 명뿐

입력 | 2016-11-11 05:45:00

7일 서울판 발표회장에서 전시한 세계 각국의 미슐랭 가이드 레드북. 미슐랭 가이드는 여행 가이드북 형태의 그린북과 음식점과 호텔 평가를 담은 레드북으로 나뉜다. 한국은 28번째 정규 에디션 발행 국가로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 국가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아시아 국가 중 네 번째로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이 7일 나왔다. 3스타 두 곳을 포함해 24개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공개됐다. 발표 이후 스타 등급을 받은 레스토랑의 예약이 급증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과 반론도 나온다. 발표 전에 꽤 뜨거웠던 관심의 반향이랄까.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에 대한 논란과 뒷이야기, 되새겨 봐야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 정리했다.

TV로 친근한 ‘쇼 셰프’ 권우중 셰프 유일
호텔도 평가…포시즌스·신라 최고 등급

한식재단 광고와 한식당 11곳 선정 논란
일본·홍콩판에서도 상당수가 자국 음식


● 관광공사, 한식재단 광고 논란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에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의 광고가 실린 것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24개 스타 레스토랑 가운데 한식이 11개, 3스타 2곳이 모두 한식 레스토랑인 것과 연관짓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미슐랭 가이드가 나온 일본이나 홍콩과 비교하면서 과도한 반응이라는 반론도 있다. 도쿄의 경우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된 긴자 3스타 스시집 ‘스키야바시 지로’를 비롯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중 상당수가 일식이고, 홍콩도 딤섬이 유명한 ‘룽킹힌’과 ‘얀토힌’이 3스타, 2스타를 받았다.

● “외국 상업지 식당 안내서일뿐”

한 유명 맛 칼럼니스트는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명 외국 상업잡지의 서울편이 나온 것이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을 위한 식당 안내서 정도”라고 꽤 냉랭하게 이번 서울판을 평가했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미슐랭의 명성이나 권위에 대한 거부감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식문화나 외식산업에 대해 해외에서 인정할만한‘글로벌 스탠다드’가 없던 상황에서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은 의미가 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미식 관광상품으로 기막히게 활용하는 홍콩을 보면 매몰차게 평가절하 할 필요까진 없다.

● 유명 쇼셰프들, 미슐랭 가이드에선?

‘쿡방’ 붐을 이끈 ‘쇼 셰프’(Show chef)들에 대한 미슐랭의 평가는 어떨까. 24곳의 스타 레스토랑 가운데 오너 셰프나 총괄 셰프 중에 TV 프로그램을 통해 비교적 친숙한 사람은 2스타를 받은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 정도다. 이밖에 오세득(줄라이), 샘킴(보나세라), 정창욱(비스트로 차우기), 정호영(카덴), 임기학(레스푸아 뒤 이부), 에드워드 권(랩24), 이찬오(마누테라스) 등도 미슐랭 가이드 레드북에 이름을 올렸다. 이채로운 점은 쿡방 인기스타로 꼽히는 모 셰프의 레스토랑이 없다는 점. 미쉐린 코리아의 관계자는 “대상 음식점이 많아 이번에 평가원이 못 갔을 수도 있고, 방문을 했지만 그 결과가 기준에 미달할 수도 있다”며 “특정업소에 대한 평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 음식점만 평가한 건 아니다…호텔도 평가

서울판에는 레스토랑과 함께 시내 주요 호텔의 평가도 실렸다.

건물모양 픽토그램의 수로 등급을 매겼는데, 같은 등급이면 붉은색 픽토그램이 더 높다. 서울시내 호텔들이 시설과 서비스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희비가 엇갈렸다. 한 호텔 관계자는 “레스토랑이 미슐랭 스타를 못 받은 것보다 이 등급이 더 아프다”고 토로했다. 서울판에서 최고 등급인 럭셔리를 받은 곳은 포시즌스와 신라다. 이 가운데 포시즌스가 유일하게 붉은색 픽토그램을 받았다. 그 아래 ‘톱 클래스 콤퍼트’급에서는 붉은색 픽토그램에 웨스틴조선 등 4개, 검은색 픽토그램에 롯데 등 7개 호텔이 선정됐다.

● 미슐랭 스타 성공 보증수표? 망한 곳도 있다

미슐랭 스타가 꼭 성공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적자에 시달리는 곳도 상당수다. 명성에 맞는 맛을 유지하려면 보조 셰프나 숙련된 웨이터 등 인건비가 많이 들고, 식재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맛의 일관성을 위해 테이블 수를 크게 늘리거나 고객 회전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실제로 2011년 1스타를 받은 프랑스 남부의 한 레스토랑은 명성 유지를 위한 인력 추가고용 등으로 경영이 부담된다고 미슐랭 스타를 반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참고로 미슐랭 가이드 역시 적자다. 한때 세계적으로 100만부 이상 팔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식 강국이라는 이웃 일본에서도 판매부수가 대략 5만부 안팎이다. 평가원을 운영하고 조사하는 비용이 막대해 매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슐랭 가이드 등급유지 스트레스에 자살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오른 것이 마냥 즐거운 영광만은 아니다. 이때부터 감내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미슐랭 가이드는 매년 증보판을 내고 이 때 기존의 스타 레스토랑이 등급에 걸맞은 퀄리티를 유지하는지 재평가 한다. 이를 통해 1스타가 2스타로, 2스타가 3스타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미슐랭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리스도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복수로 서울판 스타 레스토랑을 재평가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강등 스트레스 탓에 올해 초 스위스 3스타 레스토랑의 셰프가 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 미슐랭에 대한 반발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

미슐랭은 무척 보수적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프랑스 중심의 맛’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전문성과 공정성 논란이 종종 나오는‘비밀 평가원’을 통한 심사방식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이런 점을 비판하면서 미슐랭의 명성에 도전하는 강력한 대항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 미식잡지 ‘레스토랑’을 발간하는 영국 윌리엄 리드 미디어그룹이 주도하는 레스토랑 평가다. 2002년 처음 시작했다.

미슐랭과 달리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세계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하고, 심사도 파인다이닝 명사 1000명이 맡아 셰프도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 1등부터 50등까지 레스토랑 순위를 정하는 등 결과 발표도 명쾌해 젊은 셰프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쪽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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