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태풍]미국의 선택, 한반도의 미래 화정평화재단 긴급 정책토론회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6년 미국의 선택,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 관계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기흥 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 겸 동아일보 논설위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대선 후보 트럼프 vs 대통령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안보 시스템 안에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둘러싸인 동아시아 안보 현황에 대해 세부적인 보고를 받고 미국의 역할에 대한 보좌진의 조언을 듣게 되면 후보 시절의 극단적인 생각이 현실적인 정책으로 대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트럼프는 집권 이후 정책 조율 과정을 거쳐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선택적인 관여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 했던 말들이 실제로 정책화된다면 군사안보적인 면에서 중국이 숨 쉴 공간을 미국이 스스로 넓혀 주는 자가당착이 될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철저히 사업가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둔비의 절반을 한국이 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끌어내고자 지렛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철희 원장은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 한미동맹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쌍무적인 것이고, 한국은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내가며 비싸게 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북핵 문제 해결과 대북 압박 동력 상실 우려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8년 임기 동안 유지해온 고강도 대북 제재 등 대북 압박 기조가 정권 이양기 및 트럼프 집권 초기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인택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내놓기 전까지 대북 제재의 시계가 멈춰서면서 김정은은 숨 돌릴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과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것”이라고 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김한권 교수는 “중국은 ‘북한은 못 버린다’는 입장이 확실하고 미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한국으로선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