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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CJ에 ‘자리 마련해달라’ 수차례 청탁”

입력 | 2016-11-11 03:00:00

[최순실 게이트]CJ그룹 고위관계자 밝혀
문화융성위원 자격 CJ회의 참석… 정부 대변인처럼 목소리 높이기도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 농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 씨가 CJ그룹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차 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CJ그룹의 문화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10일 “차 씨가 지난해 회사와 정부의 문화창조 사업을 추진하면서 CJ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차 씨 본인의 자리인지, 지인의 자리 청탁을 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길 피했다. 청와대의 퇴진 압박을 받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2014년 9월 미국으로 떠난 뒤 차 씨가 점령군처럼 등장해 그룹 문화사업을 좌우하려 했다는 기존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CJ는 당시 문화계에서 차 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많아 인사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CJ그룹에 따르면 차 씨가 CJ에 나타난 것은 2014년 말 무렵이다. 그해 8월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된 차 씨는 이 무렵 정부와 CJ의 문화사업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단순한 스태프인 줄 알았던 차 씨가 정부 대변인처럼 목소리를 높여 의아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가 등장한 2014년 말은 재계에서 ‘CJ와 정권이 완전히 화해했다’는 말이 돌던 시기였다.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떠난 뒤, CJ E&M이 투자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극찬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한 무렵이다.

 CJ는 이후 최 씨와 차 씨가 주도한 문화사업 길목마다 주도 기업으로 등장했다. 2015년 4월 차 씨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본부 초대 본부장이 된 후 한류 테마파크를 짓는 K컬처밸리 사업이 급류를 탔다. CJ는 경기도가 10년간 투자자를 찾지 못한 고양시 일산동구 한류월드 부지에 들어설 K컬처밸리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CJ는 K컬처밸리에 사업성을 보고 투자했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가 CJ에 특혜를 주었다고 주장하자 “사업성이 없어 해외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도의회는 경기도가 공시지가의 1% 가격으로 땅을 빌려주기 위해 CJ가 해외 투자자를 찾을 때까지 공모 절차를 어겨가며 기다려 줬다고 주장한다. CJ가 투자를 받은 싱가포르 투자사인 ‘방사완 브러더스’는 페이퍼컴퍼니라는 논란과 함께 CJ E&M 자회사 케이밸리 전환사채를 12.45%라는 지나치게 높은 금리로 사들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도의회는 방사완 브러더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곧 싱가포르로 조사단을 보낼 계획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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