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차움병원 근무했던 자문의 밝혀 “프로포폴 처방한 적은 없어”
현 정부에서 각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차병원그룹 산하 차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1년 2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최순실 씨(60) 모녀는 최근까지 이 병원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차움병원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 모녀를 진료했던 김모 씨(i병원장)는 동아일보-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만성피로 증세로 진료했고 최 씨는 만성피로와 만성 위장 장애로 병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08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차움병원에서 근무했고, 현재 박 대통령 자문의 중 한 명이다. 그는 "(박 후보) 진료 당시 만성피로에 쓰이는 종합 비타민 주사제(IVNT)를 처방했다"며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최근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도 여러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위해 비슷한 주사 처방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프로포폴을 처방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는 어떻게 만났나?
"제가 '차움병원'을 관둔 지 3년 정도 지났다. 당시를 생각하면 그때 차움병원 원장이 계셨고, 그 분 소개로 해서 처음 최순실 씨를 보게 됐다."
―당시 최순실 씨는 어떤 상태였나?
"만성피로와 만성 위장장애가 있었다. 제 전공이 '만성피로' 분야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출마 전에 후보자 신분일 때 만성피로로 진료를 의뢰해서 내가 (상태를) 봐 드렸다. 그게 인연이 되서 이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자문의까지 하게 됐다.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주치의가 있고 각 과별로 자문의가 있다.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자문을 했다."
"그렇다. 직접 했다. 제 분야(만성피로)의 경우 이 사태(최순실 국정논란)가 터지기 전에도 여러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진료를 했다. 하지만 사태 이후에는 안 들어갔다. 청와대에서 부르지도 않았고….
―당시 어떤 처방을 했나? 세간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공백과 프로포폴을 연관시키는 루머까지 나온다.
"말이 안 된다. 자문의가 됐을 당시 주치의가 이병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님이었고 청와대 의무실장은 김원호 교수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이었다. 두 분이 나와서 진료를 못 하니까 당시 나한테 (피로 관련) 치료방법을 청와대 의무실에 다 얘기하라고 했다. 나는 프로포플 처방은 한 번도 안했다. 만성피로에 쓰이는 종합 비타민 주사제(IVNT)를 처방했다. 이런 경우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페루 순방을 갔다 와서 위가 굉장히 안 좋고 쓰린 적도 있다. 그때 당시에도 위 내시경을 해야 했는데 대통령이 '수면은 절대 못 한다'고 해서 마취 없이 내시경을 했다. 그 정도로 박 대통령은 (마취를) 되게 싫어하신다."
정맥 주사제인 프로포폴은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성형수술에 마취제로 많이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국내에서는 이 약을 투여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깨어난 뒤에도 머리가 개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면제나 피로해소제로 오남용 되고 있다.
"낭설이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최순실 씨가 성질이 무척 급하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다가 혈관 3군데 터트리니 막 항의를 하더라. 주사실 간호사들도 (그런 태도에) 너무 힘들어했다. 이후 최순실 씨가 '자기가 잘 아는 간호사가 있으니까 처방을 하면 다른 곳에 가서 주사를 맞겠다'고 했다 최 씨 요구로 처방전을 몇 차례 발급해 줬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직원들이 대리 처방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최순실 씨가 대리처방을 받은 뒤 청와대로 가지고 들어갔다면 문제되지 않나?
"(대리처방 받을) 필요가 없다. 청와대에도 다 있다. 청와대 내 의무실에 필요한 약품이 다 비치돼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대리 처방을 받아서 청와대로 갖고 가겠나? (약품이) 필요할 경우 주문하면 수도통합병원을 통해 하루 만에 청와대로 들어온다. 또 청와대 내에 주사를 잘 놓는 간호장교가 있고 의무실장도 있다. 내 경우도 청와대 들어가서 '대통령 상태가 어떠한지, 혹시 피곤하면 어떤 주사를 놓을지'에 대한 처방 만 했다."
―차움병원 재직 당시 최순실 씨, 박 대통령 외에 다른 최 씨 주변인도 진료했나?
"정윤회와 장시호는 못 봤다. 최순득 씨도 진료했다. 정유라는 한 번 승마대회 나오기 전에 힘들다고 해서 주사 맞으러 왔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정유라가 고등학교 때였다."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이 함께 진료를 받으러 온 적이 있나?
"나에게는 그런 적은 없다. 그럴 수가 없는 게 그때 당시(대통령 후보자 시절) 만해도 안봉근 당시 비서관이 진료실 앞에서 타이트하게 지키고 있었다. 정호성 씨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이재만 씨는 제가 자문의 임명장 받을 때 처음 봤다. (대통령 되고 나서는) 박 대통령이 차움병원에 온 적이 없다. 그럴 필요 없으니까, 내가 (청와대에) 가서 봐드리니까 말이다."
―차움병원 근무 당시 최 씨 진료비용을 지불했나?
"차움이야 돈 많이 내면 다 진료해준다. 안 그러겠나? 돈 많이 내니깐 그 정도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회원권 비용이 처음에는 1억7000만 원이었다. 최순실 씨는 회원권도 없었다. 하지만 차움병원은 회원만 진료하는 게 아니다. 돈을 내면 일반환자(비회원 환자)도 진료한다. 회원이 아니면 할인이 안 돼 비용은 더 비싸다. 나도 일반 환자를 진료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진료비용은 누가 대줬나?
"돈을 냈으니까 진료 하지 않았겠나? 돈 낸 증거 다 있을 것이다."
―다른 특별히 할말은 없나?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 (환자가) 세상의 농단거리가 됐다고 해서 흔들리면 안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서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저도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에게 피부미용 시술을 해줬다는 루머의 당사자인 서울 강남구 '김○○ 의원'의 김모 원장(56)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시 골프를 쳤다'는 알리바이를 뒷받침하는 서류를 언론에 공개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 모 골프장 결제 영수증과 이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신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난 하이패스 통행 기록이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