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오른쪽)이 2일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가 열린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원 서포터스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8월 K리그 홍보대사 위촉식은 이례적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땐 웃음꽃이 피었다. 홍보대사인 가수 박재정(21)은 내공이 탄탄한 K리그 팬이자 전문가였다. 그는 “2010년 당시 제주의 박경훈 감독님과 구자철 선수(27·아우크스부르크) 사인을 받고 무척 기뻐했다. 그때 그 아이가 이렇게 홍보대사가 됐다는 걸 박 감독님께 알려드리고 싶다”고 감격했다. 2016 K리그는 광주FC에서 재기에 성공한 정조국(32)을 최우수선수(MVP)로 배출하며 막을 내렸다. 많은 이야기를 남긴 올 시즌 K리그에서 그라운드 밖 MVP는 단연 박재정이었다.
그동안 축구를 좋아하는 많은 연예인이 K리그 홍보대사를 지냈다. 2013년 배우 정준호를 거쳐 2014년부터 아이돌 스타 윤두준이 K리그의 얼굴이 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재정은 9월부터 거의 매주 전국의 경기장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상주에서는 사인을 받으러 온 아이들을 구단 용품점으로 데려가 한턱 쏘기도 했다. 박재정의 집에는 전 세계 축구 유니폼 200여 벌이 있다. 박재정은 K리그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용품점에 들러 기념품을 산다. 그가 축구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니아 종목’이란 이미지가 짙은 K리그를 주제로 유명 연예인과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를 보러 온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자주 접한 K리그의 젊은 팬들이 목말라했던 대목이었다. 박재정은 수원 삼성의 골수팬이다. “대놓고 수원을 응원할 수 없게 됐지만 전국의 경기장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박재정은 하루빨리 전 구장을 도는 게 목표다.
박재정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스타덤에 올랐다. “금방 대스타가 될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느끼면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때 홍보대사 제안이 왔다. 경기장에 와보지도 않고 K리그는 재미없다고 평가하는 현실이 아쉽다.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에 오시도록 하는 게 내 일이다. 앞으로 나보다 더 유명한 분이 오시면 기꺼이 이 자리를 내드리겠다.”
박재정은 인터뷰에서 “우심방엔 노래의 피가, 좌심방엔 축구의 피가 흐른다”고 했다. 지금 그의 피는 더 빨리 샘솟고 있다.
장치혁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