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점수에 맞춰 서울 지역의 공대에 진학했지만 의대에 대한 미련이 남더라고요. 학교를 휴학하고 반수를 시작했죠. 부모님께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인터넷 강의 듣고 책도 사서 수능을 준비했어요.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 있겠죠.”―허모 씨(19·대학생)
“체육실기 준비 학생들은 이번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더 민감하게 느껴져요. 명문대 체육학과에 들어가려면 실기 연습도 몇 개월 하고 수능도 잘 봐야 하는데, 체육실기생 특혜 의혹을 보면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준비했나’라는 허탈감이 밀려옵니다.”―김혜진 양(18·충남 천안시 월봉고 3학년)
“의류학을 전공하고 의류 분야에서 5년간 일했습니다. 그런데 저와 안 맞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그간의 노력이 아쉬워도 교대에 가기로 하고 이번에 수능을 봅니다. 안정적인 교사가 되려고요. 이번에 붙으면 ‘26세 신입생’이 되겠지만 후회는 없어요.”―엄세원 씨(25·수능 준비생)
“수능이 끝나면 개운하게 놀고 싶어요. 고등학교 3년 동안 항상 놀고 나면 공부를 안 했다는 찝찝함과 죄책감이 있었거든요. 수능 끝난 수험생들은 ‘걸어 다니는 할인 쿠폰’이라고 한다잖아요. 수험생 할인을 이용해 휴대전화도 사고 여러 문화생활도 마음껏 즐기고 싶네요.”―허의정 양(18·부산 충렬고 3학년)
“요새는 찹쌀떡이나 합격엿보다 수험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선물을 선호합니다. 편히 앉아 시험 볼 수 있는 방석이나 잠을 잘 못 자는 수험생을 위한 건강식, 수능 후 문화를 즐기기 위한 문화상품권을 받고 싶어요.”―한만희 씨(19·재수생)
“수능 일에 맞춰 찹쌀떡에 글귀를 새겨 주는 떡집이 있더라고요. 수능을 보는 동생을 위해 ‘수능 대박’을 새긴 떡을 주문했죠. 말로 하기 쑥스러우니 떡에 글귀를 새겨 주면 감동하지 않을까요.”―권유정 씨(21·대학생)
“올해엔 컨디션 조절을 돕는 귀마개, 수면안대, 보온텀블러가 잘 팔려요. 이달 3일부터 10일까지 이들 제품군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370% 늘었습니다.”―오혜진 씨(30·G마켓 마케팅 담당)
“수능에 ‘원서 영역’이 있다고들 하죠. 원서 접수는 눈치전쟁이라 잘만 하면 자신의 점수보다 높은 곳도 갈 수 있으니까요.”―김혜준 양(18·서울 청원여고 3학년)
“저희 애는 수시 원서를 많이 넣었어요. 수능 이후에도 논술시험을 네 개나 봐야 해요. 논술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대학별 문제 경향이 달라 학원도 여러 곳 등록했죠. 시험이 끝나도 학원 다녀야 하는 애들이 불쌍합니다.”―박모 씨(48·자영업)
“수능이 끝나서 2학기 기말고사를 망쳐도 된다고 착각하는 수험생들이 있어요. 하지만 수시에 떨어져 정시 지원을 하거나 재수하면 기말고사 성적도 학생부에 반영됩니다. 기말고사도 신경 써야 해요.”―이만기 씨(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
“9월부터 학부모 손님이 상당히 늘었어요. 자녀가 수시 원서로 어느 대학을 썼는데 사주에 맞는지, 수능 점수로 학과를 결정하는데 아이 직업에 그 사주가 나오는지 등을 물어봅니다. 수능 부적을 찾는 분도 있고요. 학부모님들이 간절하다는 것을 수험생들이 좀 알아야 할 텐데….”―김성명 씨(48·서울 신촌 철학관 운영)
“큰아들이 수능 볼 때 서울 시내 절에서 100일 기도를 드렸죠. 이번엔 둘째가 수능을 봐요. 마찬가지로 100일간 잠깐이라도 매일 절에 들러 기도를 드리고 있어요. 이런 정성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유승희 씨(47·주부)
“요즘 사회가 너무 시끄럽잖아요. 촛불시위니 시국성명이니…. 수능 공부하는 아이들이 혼란스러울까 봐 걱정이 많아요. 공부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이 아이들한테 허탈함만 안겨 주는 내용들이잖아요. 또 수능 날만 되면 왜 그렇게 추워지는지요. 시험 볼 땐 날씨라도 꼭 풀렸으면 좋겠습니다.”―이자경 씨(50·자영업)
“이번 수능에는 기상청 지진화상센터에 교육부 직원도 비상근무를 합니다. 사상 처음이죠. 지진경보를 실시간으로 시험장에 전파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들은 지진경보가 나오면 전국 1183개 고사장 책임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로 비상 상황을 알려요.”―김성연 씨(교육부 대입제도과장)
“저희 2학년들은 오전 6시부터 수능 응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플래카드도 내걸고 응원 구호를 외치죠. ‘수능 대박난다고 전해라∼’는 물론이고 ‘재수(再修) 없는 선배님들, 대학은 보내드릴게’(영화 신세계), ‘꼭 그렇게 다 맞아야만 했냐’(영화 해바라기) 등 영화 대사도 재치 있게 응용하죠. 간식도 드립니다. 서울대 두유, 연세 우유, 고려대 빵이 인기 있다고 해요. 일찍 고사장에 가는 건 힘들지만 응원으로 선배님들이 긴장을 풀었으면 해요.”―조성윤 군(17·서울 대성고 2학년)
“수험생들은 수능 당일 날씨에 예민하잖아요. 기상청은 시험 일주일 전부터 ‘수능 기상 대책 지원’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매일 실시간으로 시험일의 지역별 날씨 정보를 업데이트하죠. 고사장 이름을 검색하면 수능 당일의 강우 가능성부터 습도까지 알 수 있어요.”―한상은 씨(42·기상청 위험기상대응팀)
“수능 당일 안전운행, 정시운행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 특별 수송 대책안이 나왔습니다. 열차 운행 횟수도 늘고 본사에서도 106명을 각 지하철역에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에요. 지하철 승무원들도 수험생만큼이나 수능 날이 부담입니다. 비상 상황이나 우발적인 사고로 오래 준비한 시험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탈 없이 수험생들을 잘 수송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오성준 씨(47·서울메트로 대림승무사업소)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