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하늘도
밤도
치웁다
얼어붙은 심장 밑으로 흐르던
한 줄기 가는 어느 난류가 멈추고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정지하고
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
그래도 서러울 리 없다는 너는
오 너는 아직 고운 심장을 지녔거니
밤이 이대로 억만 년이라 갈리라구…
첫 연, 저 구절에 눈이 딱 멈춘다. 멈춘 시선은 도통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별도, 하늘도, 밤도 춥다니, 오늘날의 마음을 정확히 읊어 놓은 것만 같다. 첫 연, 저 구절에 눈이 딱 멈춘다면 지금 당신은 추운 거다. 이 시를 읽으면서 추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당신은 바로 추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거다.
요맘때는 으레 춥기 마련이지만 올해 11월은 유독 춥다. 그 이유는 마음이 춥기 때문이다. 그래, 추운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추워서, 혹은 추우니까 내내 춥기만 하고 있을 테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 시를 읽을 수 있다. 이 시는 추운 오늘과 춥지 않은 내일을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절망 속에 시인은 내일을 위한 하나의 목소리를 숨겨 놓았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춥고 어두워도 서럽지 않다. 얼어붙은 심장이 아니라 여전히 고운 심장을 신뢰하므로 절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밤은 억만 년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는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록 지금은 별도 하늘도 밤도 춥지만 이 추위의 밤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