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국내외 불안요인”… 최순실-트럼프 격랑 고려한듯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등 예기치 못한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겹이 쌓이면서 한국은행이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같은 불안 요인이 지속되면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불안 요인이 발생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여 전반적인 성장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지난달 이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이 많아졌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국내 정치 상황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정부 부처가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을 추진해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대로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바뀐다고 통화 정책이나 금리 인상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우리도 곧바로 금리를 인상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과 트럼프의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달러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4.2원 급등(원화 가치는 약세)한 1164.8원에 마감해 4개월 만에 1160원대를 넘어섰다.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채권 가격은 하락)에 따라 국내 국고채 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이 총재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관계기관과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