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대기자
해수부 조신희 원양정책관 “한국, 1억달러 기부 수산한류 지켜보라”
조신희 해양수산부 국제원양정책관(50)은 부내에서 국제업무 전문가로 꼽힌다. WFU 업무도 그가 처음부터 맡아오고 있다. 8일 동아일보사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말하는 명분과 효과는 무엇일까.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교육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고, 어차피 써야 할 ODA 자금을 국내 교육 분야에 쓰는 것은 일석이조라는 것이다(이런 경우를 ‘안방 ODA’라고 한다고).
WFU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2013, 2014년)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수산분야에서 뭔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그때 국제해사기구(IMO)가 만든 세계해사대학(WMU)의 성공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 우리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에 WFU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세계해사대학은 개교 30년이 지나면서 인재양성, 룰 메이커, 네트워킹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세계수산대학도 세월이 흐르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이 번듯한 국제기구를 하나 갖게 되는 것이다.”
WFU는 매년 개도국 공무원 100명(석사과정 90명, 박사과정 1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을 시키고, 그에 필요한 재정을 한국이 부담하는 사업이다. 수산자원관리, 양식기술, 수산사회과학 등 3개 학과를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 초기 10년 동안 대학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1억 달러를 투자한다. 수산분야에서는 처음인 통 큰 기부다. 한국은 50년 전 FAO로부터 100만 달러를 지원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해수부는 WFU로 그 빚을 100배로 갚게 됐다는 말을 종종 한다.
2019년 FAO 총회에서 대학설립에 관한 최종 승인을 얻을 때까지 해수부가 할일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부경대의 특수대학원 시범사업을 돕고, WFU 설치에 관한 특별법도 추진해야 한다. FAO와는 시범사업의 학사과정, 학생 모집, 거버넌스 구성 등에 관한 협정을 맺고 WFU 헌장도 협의해야 한다. 해수부는 FAO 수산위원회에 속한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대학설립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힘든 일은 없느냐고 물었다. “FAO와 일의 속도가 맞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쪽은 빠른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이 사업은 잘돼가고 있는 것으로 믿기로 했다.
부산시 송양호 해양수산국장 “학교-기관-산업 3박자 부산 입지 최적… 우수인재 유인책 고심”
부산시가 제주, 충남과 경쟁해 WFU 설립 후보지로 선정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송양호 부산시 해양수산국장(53)이 내놓은 답이다. 그와는 지난달 28일 부산시청에서 만났다. 인프라가 훌륭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기자는 다른 생각을 했다. ‘준비와 비전’을 빼놓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FAO의 대학설립 분위기를 귀띔했고, 시는 2012년 부산발전연구원에 WFU 설립에 관한 연구 용역을 줬다. 해볼 만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13년 1월에 정부에 사업제안을 했다.”
부산시는 WFU 설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건축비 100억 원을 대고, 10년간의 운영비 700억 원(예상)을 국가와 절반씩 부담한다. 코리아리서치는 10년간의 WFU 생산효과는 1279억 원, 고용효과는 1388명으로 분석했다. 그러니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송 국장의 설명이다. 물론 부산시가 수산연구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수산 리더국가를 견인한다는 평판은 덤이다.
송 국장은 WFU의 성공을 위해 이미 미래를 보고 있다.
“부산은 가공 보관 유통 위판 등의 업체가 밀집돼 있다. 근해와 원양어업,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항구도 있다.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나 기관, 사람들을 잘 네트워킹하면 세계수산대학의 좋은 후원자그룹을 만들 수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WFU 발전기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기금을 만들면 대학도 발전하고, 부산시의 재정부담도 줄기 때문이다. 세계해사대학도 후원금이 몰리고, 재학생들의 모국까지 대학을 지원하면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수산자원과의 이월라 박사는 부산시의 다른 시도도 귀띔해줬다. 부산시의 외국인지원센터와 연계해 WFU 학생들이 한국에서 좀더 빨리 정착하고, 좀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떠날 수 있도록 생활과 문화활동, 한국어교육, 의료비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개교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제출하는 제안서에도 이런 의지를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걱정은 없느냐고 물어봤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학생들이 많이 와야 한다.” 설명을 듣고 납득했다. “학생들을 보내는 나라들이 아직 공정한 선발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그리고 졸업한 학생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중요한 포스트를 맡아야 학교가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시는 유능한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다른 준비도 빈틈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부경대 김영섭 총장 “세계수산대학 인재, 해양외교 우군될것”
세계수산대학의 둥지는 부경대 대연캠퍼스다. 부경대는 6000m²의 터와 도서관 등 부대시설, 기숙사를 제공한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61)은 이 대학 전신인 부산수산대 출신으로 9월 총장 연임에 성공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WFU 설립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경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해양영토나 해양산업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워낙 앞서 있다. 우리도 해양문제에 진취적,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세계수산대학 유치는 교육 분야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부경대는 WFU 시범사업인 특수대학원 준비로 분주하다. 특수대학원은 실제 개교에 앞선 실전 연습.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세 학기 동안 개도국 학생 45명을 선발해 석사 코스를 운영한다. 개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2019년 7월 FAO 총회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본 대학은 3개 학과를 검토 중이나 특수대학원은 1개 학부에 3개 전공(트랙)을 두고 원장과 부원장은 부경대 교수가 맡는 쪽으로 조율 중이다. 이 대학 WFU 태스크포스 팀의 이상고 교수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WFU 교수진은 자원관리분야는 미국과 유럽, 양식분야는 한국과 일본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고, 정책분야는 개인별로 유능한 교수를 선발할 것으로 김 총장은 내다봤다.
WFU 운영은 FAO가 전권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부경대는 WFU로 뭘 얻을 수 있을까.
“WFU의 연구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거나 다른 학위과정 및 특별과정도 함께 만들 수 있다. 국제회의나 포럼, 세미나도 협력할 수 있다. 수산해양분야의 엘리트 200명이 매년 교육을 받고 모국으로 돌아가면 10년, 20년 후에는 그 나라의 정책결정권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그들은 국제 해양외교 현장에서 한국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다.”
부경대는 수산해양분야에서는 최고(最古) 최고(最高)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미 WFU 시범사업과 비슷한 프로젝트도 시행 중이다. 2007년부터 매년 20명씩 개도국 공무원을 초청해 석사를 배출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2주, 3주짜리 단기과정도 운영 중이다. 김 총장은 “이 프로그램은 효과와 평판이 좋아서 박사과정도 만들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외국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기회도 많이 주고, 개인별로 교수연구실에 배속해 친교도 유지함으로써 ‘랩 패밀리(연구실 가족)’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총장도 부산시와 비슷하게 글로벌 수산기업들이 참여하는 장학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WFU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 조선, 해운, 수산업이 모두 어렵다. 그러나 지금 어렵다고 주저앉으면 안 된다. 더 크고 더 뜨겁게 지혜를 모아 더 강력한 지원 정책을 써야 한다. 한국은 경제대국은 못 되더라도 해양강국은 될 수 있다. 세계수산대학은 세계 해양수산업의 트렌드를 읽는 좋은 안테나가 될 것이다.”
▼세계수산대학 2020년 정식개교땐 ‘유엔 4번째 대학’▼
부경대는 아파트촌에 둘러싸여 있다. 오른쪽 노란 삼각형 안이 세계수산대학이 들어설 자리.
일본 도쿄에 있는 유엔대학 본부
유엔대학은 석사와 박사학위를 수여하지만 교육기능보다는 연구기능이 강하다.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국제관계, 인권, 민주주의, 세계화, 성장, 고용, 사회개혁, 환경 문제 등이 주요 연구 테마다. 16개의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발도상국의 역량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 본부가 있으나 연구는 한곳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일본 요코하마, 벨기에 브뤼셀, 독일 본, 중국 마카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핀란드 헬싱키 등 13개국 15개 연구기관을 협력기관으로 두고 있다. 한동대 국제교육협력센터가 유엔대학의 15번째 협력기관이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유엔평화대학
스웨덴 말뫼에 있는 세계해사대학
이 대학은 석사와 박사 과정을 두고 있고, 석사 전공은 해사교육과 훈련, 해사법과 정책, 해사안전과 환경행정, 선박과 항만관리 등 4개 분야다. 중국 상하이와 다롄에 별도의 석사과정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157개국 3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의 졸업생을 보면 아태지역 출신이 250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아프리카(91명), 중동과 북아프리카(53명), 라틴아메리카(40명) 순이었다.
부경대에 세계수산대학이 문을 연다면, 4개 유엔 대학 협의체를 만들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이 기사는 부산시가 만든 ‘FAO 세계수산대학 설립방안(2012년 12월)’을 참고했습니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