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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엘시티 이영복, 2000억 빚더미서 2조7000억 사업 따내

입력 | 2016-11-12 03:00:00

‘전방위 로비’ 의혹
檢 ‘1000억 비자금’ 용처 집중 수사… 사기 횡령 혐의 구속영장 청구
이영복, 도피중 대포폰-차량 수시 교체




  ‘해운대 엘시티’ 횡령 및 정관계 로비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이 2000억 원에 가까운 빚을 진 상태에서도 초대형 건설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그가 전방위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최순실 씨(60·구속)가 소속된 ‘최순실 계’의 계원으로 확인됐다.

 11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6년 다대만덕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빌린 자금 중 620억 원을 아직까지 갚지 않고 있다. 해당 이자는 1200억 원에 이른다. 공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 회장의 재산을 압류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서류상 그의 것으로 확인되는 재산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07년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2조7000억 원 규모의 엘시티 시행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다대만덕 개발사업에 실패한 이 회장이 사업권을 따내며 재기를 꿈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건설업계에선 “전적으로 로비의 힘”이라는 말이 돌았다. 채널A 취재 결과 이 회장은 4, 5년 전 최순실 씨와 그의 언니인 최순득 씨(64)가 가입한 서울 강남의 계모임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임의 한 계원은 “최순실 씨는 매달 1000만 원, 최순득 씨는 600만 원, 이 회장은 수천만 원을 곗돈으로 내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밤 서울에서 체포된 이 회장은 이튿날 새벽 부산지검으로 압송돼 1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3개월간의 도피 기간 중 수시로 대포폰과 차량을 바꾸고, 은신처도 수시로 바꾸며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11일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엘시티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사기와 횡령 등 두 가지다. 8월 허위용역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 57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엘시티 자금담당 임원 박모 씨(53)와 공모(共謀)한 혐의만 적용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이 회장에게 빠져나간 돈이 1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우선 이 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다대만덕 개발사업 비리 수사를 받을 때도 로비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적이 있어 검찰이 로비 대상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검찰 주변에선 이 회장이 더 이상 재기를 꿈꾸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번에는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김남준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