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포스코 인사에도 비선개입 의혹
‘지분강탈’ 1년전부터 말하고 다녀… 권오준회장, 비선인사 연루 가능성
권오준회장 소환조사 대기업 총수중 처음 차은택 씨 등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빼앗으려 한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가 지인인 이동수 KT 통합마케팅본부장(전무)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인사에도 비선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1일 “김 전 대표가 포레카 직원들에게 ‘내 뒤에 어르신이 있다’ ‘나는 낙하산으로 왔다’는 등의 말을 하고 다녔다”며 “처음 왔을 때도 전임 사장(64)과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어서 의아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있나 보다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2년부터 포레카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12월 컴투게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을 때 광고업계에서는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은 꼴”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한 중소광고업체 대표는 “컴투게더는 그때 당장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대기업 광고 계열사를 인수한다고 해서 다들 놀랐었다”고 말했다. 차 씨 사단이 김 전 대표를 미리 포레카에 심어둔 뒤 컨트롤이 용이한 중소업체를 중간에 내세워 경영권을 가져오려 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차은택, 송성각 씨는 모른다”며 “포레카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다 소명했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1일 오후 7시 권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을 조사했다.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 의혹에 관해 대기업 총수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회장이 불법행위에 개입하거나 묵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