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모순의 땅 이스라엘, 비극을 끝내려면

입력 | 2016-11-12 03:00:00

◇약속의 땅 이스라엘/아리 샤비트 지음/최로미 옮김/696쪽·3만2000원/글항아리




 점령과 위협. 이스라엘을 설명하는 두 단어다. 이스라엘 언론인인 저자는 21세기에 이스라엘처럼 다른 민족의 땅을 점령하고, 이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도 없다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그들을 위협한다고 하겠지만.

 저자는 영국계 유대인 3세로, 그의 증조부는 영국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1897년 시온주의 순례자들과 함께 고대 유대의 땅에 발을 내딛는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쳐 온 저자의 가족사와 이스라엘 건국 과정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전개된다.

 정착 초기 유대인과 토착민들은 좋은 이웃으로 지냈다. 유대인은 개간으로 농지를 늘리고 말라리아를 퇴치했다. 중공업을 확대해 일자리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나치에 의해 인종 청소를 당하는 등 유대인 중 3분의 1이 목숨을 잃자 시온주의는 생존에 매달리며 폭력성을 띠기 시작한다. 쫓겨난 팔레스타인인과 중동 국가들과 피의 분쟁이 벌어진다.

 저자는 시온주의자들이 이 같은 결과를 구체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랬기에 건국도 감행할 수 있었단다. 물론 알았다 하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온주의는 아랍인이 거주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했다고 비판한다. 비참한 현실에서 헤어 나오려면 땅을 나눠 점령을 끝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모순을 안고 태어난 이스라엘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엉킨 매듭을 푸는 방법을 모색하는 저자의 치열한 고뇌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온주의는 기적을 이뤘으며 난관을 견뎌낼 것이라고 믿는 저자를 보며 유대인의 사고 체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와 현 상황을 가급적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노력했지만 그 역시 유대인이기에 자기 민족을 옹호하는 데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원제는 ‘My Promised Land’.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