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와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다큐 영화가 11월 잇달아 개봉한다. ‘딜쿠샤’(맨위 사진)는 판타지를 가미했고, ‘시소’(두번째 사진)는 휴먼타큐, ‘나의 살던 고향은’은 역사 다큐다. 사진제공|인디컴·SM C&C·후즈닷컴
■ 12만 돌파 ‘자백’ ‘무현’ 흥행 이을 다큐들
‘딜쿠샤’ 판타지 개성 가미한 시도 화제
‘시소’ 장애 가진 두 아빠의 희망 여행
‘나의…’ 김용옥 교수, 역사교과서 자처
다큐멘터리 영화가 소재와 장르의 범위를 넓힌다. 인간애를 담은 휴먼 다큐를 넘어 최근 사회고발성 다큐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는 판타지의 개성을 가미한 장르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11월은 ‘다큐의 계절’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이달 들어 완성도를 갖춘 다큐 영화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백’(감독 최승호·제작 뉴스타파)이 7일 사회고발 다큐로는 처음 12만 관객을 동원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제작 ‘무현’ 제작위원회) 역시 12만 돌파를 앞뒀다.
24일 개봉하는 ‘딜쿠샤’(제작 인디컴)는 최악의 상황을 딛고 일어서려는 이웃들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이야기이다. 연출을 맡은 김태영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1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인이 된 감독은 생활고 탓에 고시원에서 살아가지만 자신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이웃을 만나 삶의 새 빛을 찾는다.
‘딜쿠샤’는 익숙한 휴먼 다큐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판타지의 개성을 가미하는 과감한 시도로 전주국제영화제와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소개됐다.
10일 개봉한 ‘시소’(감독 고희영·제작 SM C&C)는 장애를 가진 가장이자 딸을 둔 아빠인 두 남자가 함께 떠난 여정을 통해 장애가 삶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개그맨 이동우와 근육병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임재신씨다.
두 남자의 만남은 드라마틱하다. ‘딸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이동우의 사연을 TV로 접한 임씨는 자신의 망막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7년 전 일이다. 두 사람이 함께 떠난 열흘간의 제주도 여행을 담은 이번 영화도 그 인연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제작됐다. 이동우는 “여행을 통해 임재신과 진정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