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예정대로 인사 진행하지만 미래전략실 개편은 미룰 가능성 현대車-LG-SK 인사폭 작고 롯데는 경영정상화에 초점 맞출듯
○ 쇄신은 잠시 ‘숨 고르기’
삼성그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사장단 및 임원의 정기인사를 위한 준비를 그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계획해 온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소속 인사들의 계열사 재배치 및 이사회 중심 인사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까지 시끄럽게 할 것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기조가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미르재단 등에 대한 자금 출연과 승마 훈련비 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수사 대상인 고위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일단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12월 하순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자동차 판매 부진 여파로 올해 승진 인사 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현대기차 총경리에 장원신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국내영업본부장도 이광국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현대·기아차 연간 판매량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연말 인사에서 승진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 ‘조직 안정’ 강조
매년 11월 말 재계 인사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LG그룹은 올해도 이달 30일 전후로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하고 LG전자 각자 대표 체제를 완성하는 등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진행했기 때문에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구본무 회장에게 올 한 해 사업 성과 및 내년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업적보고회를 최근 모두 마쳤다. LG그룹은 이 보고회 결과를 반영해 최종 인사안을 확정한다. 올해 LG그룹 내 최대 관심거리는 올 한 해 좋은 실적을 낸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부사장)의 승진 여부다.
다음 달 중순 인사를 앞둔 SK그룹 역시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 고위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안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연말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3일 기업분석연구소인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2017년 재계 인사 키워드로 ‘위기(CRISIS)’를 꼽았다. CRISIS는 △Culture(조직 문화 혁신) △Reprimand(문책성 인사 단행) △International(해외 유학파 다수 등용) △Slim(조직 슬림화) △Issue Leader(이슈 리더 발탁) △Sixty Power(1960년대생 전성시대) 앞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1960년대생 젊은 임원들이 전면에 나서고, 품질 사고 등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