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한 일이라곤 새로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 것뿐이었다.―‘바람만이 아는 대답’(밥 딜런·문학세계사·2005년) 》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의 가수이자 시인, 밥 딜런(75)은 한동안 수상 소감을 내놓지 않았다. 2주간 계속된 그의 침묵에 세상 사람들은 ‘수상을 불편해한다’거나 ‘무책임하고 거만하다’고 수군거렸다. 이런 논란은 지난달 말 그가 “(수상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 영광스러운 상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내놓은 뒤 일단락됐다.
수상 소감을 둘러싼 이 같은 소동은 딜런의 일생에서 여러 차례 반복됐다. 그는 세간의 평가에 늘 당혹스러워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저항가수, 시인, 대중음악가 등 다양한 별칭을 붙였지만 그는 “내가 대변하게 되어 있다는 세대와 공통적인 것이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 “내가 세상에 대해 느낀 것을 정의하기 위해 노래할 뿐이며, 자유로움이 내 음악 세계의 전부이다”고 말했다.
1960년대, 시대는 그를 저항과 반전의 상징으로 추앙했지만 그의 반응은 똑같았다. “나는 기적을 일으키는 설교자가 아니다”며 곤혹스러워한 것이다. 그는 대표곡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에서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라는 노랫말을 썼지만 이런 평가는 거부한 셈이다.
딜런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50년 넘게 활동하며 여전히 새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에도 덤덤했던 거장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이를 지키기 위한 치열함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