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서건창은 10일 발표된 2017 WBC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육성선수로 출발한 서건창은 현역 군복무와 방출 등 아픔을 겪고 대표팀 선발의 감격을 누렸다. 스포츠동아DB
한 나라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의 스토리가 감동을 자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육성선수로 시작해 국가대표 2루수가 된 넥센 서건창(27)에게도 태극마크의 의미는 남다르다.
서건창은 10일 KBO기술위원회가 선정한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엔트리(28명)에 이름을 올렸다. 2012시즌 신인상을 받았고, 2014시즌 KBO리그 최초 200안타를 돌파해(201개) MVP까지 수상한 리그 최정상급 2루수. 그러나 2014인천아시안게임, 2015프리미어12 등 굵직한 대회의 최종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룬 서건창에게 없는 한 가지가 바로 태극마크였다. 2루에는 부동의 국가대표 정근우(한화)가 버티고 있는 데다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자원을 선호한 터라 서건창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부상으로 85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140경기에서 타율 0.325(560타수182안타), 7홈런, 63타점, 26도루의 성적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고, 주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이 정규시즌 3위에 오르는 데 공헌했다. 5시즌을 뛰며 능력치를 발휘한 그를 대표팀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서건창은 “얼떨떨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데뷔 후 처음 국가대표에 뽑힌 소감을 전했다.
2012 스프링캠프 시절 서건창.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육성선수로 입단해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지만, 그해 1타석에만 선 뒤 방출됐고, 현역으로 복무하며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2시즌 테스트를 통해 넥센에 입단할 때도 그의 신분은 육성선수였다. 기존 111번이었던 등번호가 14번으로 바뀌고, 신인왕, MVP, 국가대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서건창은 “내가 후배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위치는 아니다”면서도 “(김)현수(볼티모어), (최)형우(삼성) 형도 육성선수로 시작해 국가대표가 됐다. 힘든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았는데, 나도 그런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첫 국제무대에서 많은 선수들을 만날 텐데 (추)신수, (강)정호 형 등 메이저리그(ML)를 경험한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자체로 좋다”고 했다.
서건창은 국가대표와 소속팀(넥센)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공언했다. 쉴 틈 없는 훈련 일정도 문제없다는 각오다. 그는 “좋게 보고 선택해주셨으니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대표팀과 소속팀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준비 잘하겠다. 어디서든 내가 필요한 역할을 잘해내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