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에 응답하라/갈피 못잡는 여권] 靑, 朴대통령 ‘하야 거부’ 뜻 전해… 수습책 안내놓고 영수회담 주장만 일각 “법적 문제로만 접근 한계”
전날 ‘100만 촛불 집회’에 이어 13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론화하면서 박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과 카드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추가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12일 관저에서 집회 상황을 TV로 지켜보며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을 통해 집회 관련 내용과 내부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8일 ‘국회가 추천하면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갖는 국무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수습책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야당과 여론이 나날이 강경해지면서 이제 박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하야 또는 임기 단축 선언 △실질적 ‘2선 후퇴’ △새누리당 탈당 정도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하야 또는 임기 단축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가 이날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 하겠다”라는 박 대통령의 뜻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을 보다 폭넓게 해석하고 정치적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행보가 정치적 해결 방안보다는 법적인 검토만 해 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내심 국회의 탄핵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박 대통령으로서는 ‘강제 퇴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야당이 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한 박 대통령 탈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영수회담 성사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대통령의 탈당 등 정치적 해법들은 모두 맞물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시기와 내용을 어떻게 할지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메시지에 담길 내용의 수위와 형식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