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편추방제는 독재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제적으로 가려내 쫓아내는 훌륭한 제도였다. 이름이 적힌 조각이 6000개를 넘으면 추방 대상자로 지목됐다. 별명이 ‘공정한 사람’이었던 아리스테이데스는 시골뜨기에게 자기 이름을 적어주고는 결국 쫓겨났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정치적 맞수인 테미스토클레스가 있었다고 한다. 도편추방제는 정적을 제거하고 중우(衆愚)정치가 판치게 하는 수단으로 점차 전락했다.
▷그제 촛불집회에는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5호선 광화문역 밖으로 나오는 데만 30분이 걸릴 정도였다. 인파에 떠밀려가다 “이재명 성남시장, 대통령 후보자입니다”라는 외침에 돌아보니 이 시장이 시민과 어울리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1년 4개월이나 나라를 이끌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목청 높여 연설하고 있었다.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노래와 상여를 앞세운 농민들의 “근∼혜∼퇴∼진∼” 곡(哭)소리가 엇갈렸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는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