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가 “생존 걸린 문제인데 현장 보지도 않고 예산 끊겠다니”
벤처 지원 시스템 무너질까 우려

“우리 어떡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14일 청년 창업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입주한 스타트업의 청년들은 정치적 문제의 불똥이 자신들의 사업으로 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육성센터는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불안한 기운이 가득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정부의 창조경제사업으로도 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도 센터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 “한 번만 현장을 봐 달라”
이날 스타트업 대표들은 “(최순실의 창조경제 개입 여부가) 정계에서는 정쟁의 대상인지 몰라도 우리에겐 생사가 걸린 일이다”라며 “65개나 되는 기업이 얼마나 절박하고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지를 직접 와서 한번 살펴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월 서울 센터에 7명 직원으로 입주해 11명이 일하는 회사로 큰 큐비트시큐리티 신승민 대표(46)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부사장이 이곳 센터에 두 차례 방문하면서 우리 회사도 그곳과 사업 계약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며 “초기 스타트업에 이런 보금자리가 있다는 건 구인과 투자 유치 면에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강인희 다름인터내셔널 공동대표(34·여)는 “관리비와 임대료, 임대 시간 등 고정 비용은 초기 스타트업엔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며 “이제 성과물이 조금씩 나오는 곳이 많은데 여기에서 지원이 끊긴다면 많은 청년이 희망을 접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허례허식 없애고 내실 다지는 개혁 계기로
이에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지난달 28일 자료를 내고 “디캠프는 14명의 직원이 총 40개의 입주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해마다 10여 개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며 “창업 현장에 와보지 않고 여론을 호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간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문제가 돼 온 허례허식과 ‘보여주기식’ 사업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권의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나 중국 시진핑 정권의 ‘인터넷 플러스’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창업 지원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일자리 창출의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내실을 다져 오래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벤처투자는 10년을 두고 내실을 쌓아가야 하는 사업인데, 이번 이슈로 인해 선의의 지원 시스템까지 무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