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한국경제 갈 길은]<4>조세경쟁력 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減稅) 정책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조세정책에도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각국이 앞다퉈 세금을 낮춰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조세 경쟁에 나서게 되면 한국만 ‘나 홀로 행보’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재정 정책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인프라 투자 및 국방비 지출에 따른 경기 부양으로 요약된다. 현재 33%인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과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각 15%로 내리겠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이다. 상속세 폐지 공약도 내걸었다. 트럼프는 또 미국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을 자국으로 갖고 들어오면 세율을 10%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유턴자본’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공언대로 ‘반토막 세율’이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현재보다 세율을 낮추는 방안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세율은 정권에 따라 크게 변했다.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전 최대 90%에 달했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1988년 28%까지 낮췄다.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에 이를 39.6%까지 올렸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에 35%로 조정했다.
특히 한국은 현 정부 들어 각종 감면 폐지로 실효세율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어 미국과 비교해 조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년 17.1%였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4년에 17.2%, 지난해에는 17.6%로 높아졌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최근 국회 공청회에서 “법인세는 국가가 기업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할 의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깃발정책이다”라며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조세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우선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조만간 조세정책에 대한 분석에도 나설 계획이다. 경제적 상황이 달라 미국의 감세 정책이 한국에 직격탄이 되진 않더라도 세계 주요국에서 감세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주요국의 법인세 인하 추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미국의 공격적인 감세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가 힘들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세제정책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의 감세 공약
○ 법인세 세율 인하(최고 35%→15%)
○ 미국 기업 해외 소득 들어올 때 10% 저율 과세
○ 상속세 폐지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