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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는 거포 외야 유망주 3명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내년 시즌 1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진기, 김동엽, 한동민(왼쪽부터). 사진제공 | SK와이번스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 아래 일본 가고시마에서 유망주 캠프에 한창이다. 이름값 대신 실력과 가능성을 보고 선수들을 투명하게 기용할 수 있는 건 외국인 감독의 장점이다. 가고시마 캠프는 이를 위한 첫 번째 작업이다.
캠프에 참가한 24명의 선수들은 흙 속의 진주가 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중 SK의 팀 컬러로 자리한 ‘장타력’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외야수 한동민(27) 김동엽(26) 정진기(24)가 그 주인공들이다.
SK는 올해 우승팀 두산(183홈런)에 이어 팀 홈런 2위(182개)에 오르면서 ‘거포군단’의 면모를 과시했다. KBO리그 최고 타자친화적 구장이 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맞춰 장타력에 초점을 맞춘 라인업을 구성한 게 효과가 있었다.
같은 외야수로 경쟁을 펼치는 입장이지만,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며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동민은 “(김)동엽이는 제대하고 처음 봤는데 힘이 남다르더라. 유연성을 겸비하면 더 무서워질 것 같다. (정)진기는 원래 같이 해봤지만, 하드웨어 자체가 타고났다. 같이 훈련하면 근육이 생기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워낙 열심히 하는 친구라 잘 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셋 중 유일한 우타자인 김동엽은 “둘 다 왼손타자로 (한)동민이형은 파워가 정말 좋은데 콘택트 능력도 동시에 가졌고, 주루와 수비도 뛰어나다. 진기는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다양하고, 특히 근육 생성 능력이 남다르다”며 “함께 훈련할 때 둘 다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나 또한 즐겁게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두 형보다 어린 게 내 장점 같다”며 웃은 정진기는 “동엽이형은 힘이 장사인데, 콘택트 능력까지 좋다. 타구가 정말 예쁘게 날아간다. 동민이형은 가진 실력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형들에게 배울 게 많다”고 밝혔다. 이어 “힘들면 좀 쉬었다 할 수도 있는데 형들이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개수를 몰래 세어보면, 한 개도 빼먹지 않고 해서 놀랐다. 나도 따라하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이 하게 돼 힘들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맏형인 한동민도 후배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 그는 “동엽이는 욕심이 많아서 코치님한테 여쭤보거나 혼자 연구하고, 다른 선수들을 유심히 보는 등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순해 보이는 진기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게 보인다. 냉정히 셋 다 경쟁자이지만,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