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 경기장의 24초 계시기를 전면 교체해 경기 진행의 편의성을 높이는 듯했으나, 기계 작동이 멈추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사진제공 | KBL
잠실학생·사직체육관 등 고장 잦아
20주년 KBL 인프라에도 신경써야
KBL은 ‘2016∼2107 KCC 프로농구’ 개막에 앞서 10개 경기장의 ‘24초 계시기’를 전면 교체했다. 일단 보기가 편해졌다. 또 메인 보드가 고장이 나도 서브 보드가 장착돼 곧바로 대처가 가능하고, 5.5초 미만 남았을 때는 10분의 1초까지 계시돼 각 팀 선수들과 관계자들뿐 아니라 관중이 시간을 확인하기에도 좋다.
그러나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 새로운 24초 계시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개막을 앞두고 시험가동까지 마쳤지만, 정작 본 경기가 시작되면서 여러 경기장에서 작동을 멈추는 사고가 빈번하고 있다.
12일 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kt-모비스전 때도 24초 계시기가 고장 났다. 보조 24초 계시기를 가동해 경기를 치렀다. 이뿐이 아니다. 다른 경기장에서도 오류가 발생해 KBL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KBL 관계자는 “국내 체육관과 24초 계시기의 전압과 전류가 맞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원인을 짚었다.
사진제공|KBL
13일 SK 구단 관계자는 오류의 원인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잠실학생체육관 24초 계시기가 유독 잦은 오류를 보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점검했는데, 중계방송사 케이블과 연결된 문제라는 1차 결론을 내렸다”며 “몇 차례 실험을 거쳤는데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팀들과도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공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24초 계시기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선수들은 공격 때 공격제한시간(24초)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골대 위에 달린 24초 계시기를 자주 본다.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공격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24초 계시기에는 매 쿼터 시간도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관중이 경기를 지켜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남자프로농구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인기 회복을 위해선 경기 수준의 향상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와 더불어 경기장 인프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새 것이고, 좀더 발전된 시설이라고 선전하고 자랑하는 일만 해선 곤란하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새로운 24초 계시기가 애물단지가 되는 일이 더 이상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