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 이후]요동치는 정치권

사퇴요구 농성장 찾은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 진영 13명은 이날 비상시국위 준비모임을 열고 별도의 회의체를 공식화했다. 황영철 의원은 “대표자회의와 실무위원회를 운영해 국민과 당원에게 신임받지 못하는 현 지도부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자회의에는 여권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등이 포함된다.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지도부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날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당내 공식적 모임이라기보다 원내대표 자문기구 형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지난주 초·재선 간담회에 이어 이날 당 소속 3선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며 선수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이정현 체제’에 선을 그은 뒤 독자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수하며 주류-비주류 간 사생결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롭게 출발하려는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모두가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당대회 일정상 12월 21일을 자신의 사퇴 시한으로 제시하며 “로드맵은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초·재선 의원과 각각 간담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비주류 모임에서 활동하는 재선들은 이 대표가 주최한 간담회에 대거 불참했다.
당 일각에서는 주류-비주류가 ‘심정적 분당(分黨)’ 상태를 넘어 ‘실질적 분당’ 수순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비박근혜) 주호영 의원은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은 당명과 로고를 바꿔 재건할 수준은 넘어섰다”며 “인적 청산이 필요하며 좁혀 들어가면 친박(친박근혜), 진박(진짜 친박) 강경론자 등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과 맞물려 당 해체의 과정이 여당발(發)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