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변의 길이 14m 대형 목곽시설 발굴된 백제 저수시설 중 최대 규모
주위에 격자모양 구획된 도로도 발견, 왕경의 체계적인 도시계획 보여줘
‘官’자 새겨진 백제 토기도 함께 나와
주변 도로 유적 안쪽으로 ‘목곽 저수시설’(빨간색 선 안쪽의 하얀 실선)이 보인다. 실제는 정사각형 형태로 한 쪽 변의 길이가 14m가량 된다.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한 변의 길이가 14m에 이르는 대형 목곽시설로 지금껏 발굴된 백제 저수시설 중 최대 규모다. 저수시설 주위에서는 격자 모양으로 구획된 도로도 발견됐다. 한성백제시대 왕경(王京)의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보여주는 중요 유적으로 평가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몽촌토성 북문 터 인근을 발굴 조사한 결과 삼국시대 포장도로 5기와 고랑 1기, 수혈유구 18기 등이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북문 터 바깥에서는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도로와 더불어 수레바퀴와 사람의 발자국 흔적도 나왔다.
현장을 둘러본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고고학)는 “북문 근처에 연못과 같은 자연 습지가 있다면 통행에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도로를 통해 인위적으로 공간을 구획해 만든 저수시설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삼국시대 저수시설은 금산 백령산성과 공주 공산성 등 주로 산지에서 발굴됐으며 평지, 그것도 왕궁 터에서 발견된 것은 극히 드물다. 발굴단은 목곽 저수시설이 식수용과 화재진압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곽 주변은 방수를 위해 점토층으로 두른 정황이 엿보인다.
목곽 저수시설과 1, 2호 도로는 동시에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저수시설을 가운데 놓고 도로망을 격자로 구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격자형 도로는 경주의 신라시대 방리(方里)제처럼 고대 왕성의 교통망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박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도로망을 따라가다 보면 한성백제시대 왕궁 터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백제시대 대형 포장도로 발견을 단독 보도한 본보 2015년 7월 10일자 A2면.
도로 유적 근처 수혈유구에서 출토된 백제 토기(직구 단경호) 조각. ‘관(官)’ 글자가 표면에 새겨져 있다.
한편 도로유적 발굴 현장에서는 ‘관(官)’ 글자가 새겨진 백제시대 토기(직구단경호·直口短頸壺)도 나왔다. 관자 명문은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 글씨(좌서·左書)체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