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권력엔 진실 흐리는 거래 기우는 권력엔 날카로운 이빨로 생채기
검찰 스스로 찾아내 세운 분은 구한말 검사를 지냈다는 이준 열사다. 이처럼 억지로 갖다 붙인 티가 역력한 대한민국 검찰의 귀감은 현대사 속에 자리한 검찰의 누추한 역할을 반증하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반공검사 오제도라는 이가 있다.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이승만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 뒤론 유신검사 김기춘이 있다. 유신헌법에도, 육영수 피살 사건에도, 지역감정을 자극하자는 저 유명한 초원복국집 사건에서도 등장한다.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지는 후기 군사정권 시대엔 공안검사 김원치와 고영주가 있었다. 그 서늘하고 음침한 ‘공안’은 과거사의 진실이 밝혀질수록 용공조작의 오명과 겹치고야 만다. 이들이 길러낸 후배 황교안이 문자메시지로 국무총리 해임 통보를 받고도 변함없이 보여주는 체제수호의 모습은 최전선에서 권력을 보위하는 공안검사의 과거를 다시 확인하게 한다. 대체 공안검사가 일베나 어버이연합을 철저히 수사한단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던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장윤석이 있고, 그 말이 무색하게 전두환과 노태우가 구속되는 상황에서 언론에 남긴 한 검사의 명언은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다”던, 바로 그 말이다.
김태정과 신승남이 등장하는 김대중 시대를 거쳐, 노무현 시대에는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그 오만한 속살을 드러낸 ‘검새’들과 한때의 ‘국민검사’ 안대희가 있었다. 그리고 이명박의 시대엔 저 유명한 BBK 사건을 통해 최재경과 김기동이 등장한다. 노무현 사건의 이인규와 우병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 박근혜의 시대엔 누가 있을까.
비록 검찰을 나온 후라지만 누가 뭐래도 다시 우병우다. 홍만표와 진경준을 훨씬 능가하는 그의 강렬한 처신은 많은 이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산골 출신의 시험 귀재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모는 수사를 진행하고, 검사장 승진에 탈락하고도 일약 청와대의 실세로 등극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시대의 징표가 또 있을까.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우병우 치하에서 청와대 문건에 담긴 최순실을 덮느라 급급하던 검찰은, 이젠 그보다 더한 내용을 언론에 흘려가며 간보기에 여념이 없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위헌이라더니, 이젠 소환조사까지 검토한단다. 수사팀은 별게 없다는데 검찰총장은 더 찾으라 했다며 언론플레이를 한다.
그러니 눈 밝은 시민의 몫은 여전히 크다. 우병우조차 “검찰총장 권력이 검찰총장 지 거냐”고 하지 않았던가. 이젠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정수석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절대 덮지 못할 진실과 정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