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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끼리 인사 금지” ‘이상한’ 규칙 정한 일본 아파트, 왜?

입력 | 2016-11-15 11:34:00


일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인사 금지’를 규칙으로 결정해 온라인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일본 고베시의 지역 언론인 고베신문에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인사 금지’를 규칙으로 결정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 남성 독자의 글이 실렸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인사 금지 규칙’이 생긴 발단은 이렇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가 어느 날 주민 총회에서 “아이에게 ‘모르는 사람이 인사하면 도망가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아파트 내에서는 서로 인사를 안 하도록 정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는 자기한테 말을 건 사람이 같은 아파트 주민인지 외부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주기가 애매하다”고도 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인사를 했는데 답이 없어 기분이 나빴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주민 총회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대체로 이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인사 금지’를 아파트 내 규칙으로 정하게 됐다.

글을 쓴 독자는 “세상이 많이 변한 모양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글을 맺었다.

이 글은 현지의 한 네티즌이 지면을 촬영해 트위터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네티즌 다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 외로운 삶이다. 서로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게 기분 좋지 않나” “인사는 사회생활의 기본” “일본 사회가 참 많이 변했다” 등 의견을 냈다.

대다수 네티즌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오히려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 금지 규칙이 범죄 예방에 실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오히려 서로 인사를 나누며 교류가 많은 지역이 범죄 피해는 더 적다” “수상한 사람은 주변사람 눈을 싫어한다. 오히려 열심히 교류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것” “인사하지 않는 게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사하지 않을 때 잃을 게 더 많다”는 의견을 남겼다.

반면,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싫은 그런 인사는 안 하는 게 낫다. 합리적이고 솔직한 처사” “타인과 얽히기 싫은 사람도 있다” “아파트는 남들과 함께 모여 사는 집합체기 때문에 경계하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친척들 사이나 학교 같은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에게 인사 예절을 가르치면 된다”며 규칙이 이해가 된다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