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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의혹이 사실로 매도돼”… 검찰에 밀리지 않겠다는 靑

입력 | 2016-11-16 03:00:00

[朴대통령 검찰조사 진통]변호인 회견으로 본 청와대 속내




 청와대와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조사 시점 연기를 요청한 건 일단 청와대와 검찰 간 기(氣) 싸움 차원으로 해석된다. 현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과 향후 전략을 보여 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변호를 밭은 유 변호사가 이날 “대통령 관련 의혹 사항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힌 건 수사를 서두르려는 검찰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는 검찰이 13일 “박 대통령을 15일이나 16일에는 조사해야 한다”라는 방침을 전했을 때부터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 조사 희망 시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불과 2, 3일의 시간 여유만 준 것은 박 대통령을 예우하지 않고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유 변호사는 “검찰 일반 수사 관행에 비춰볼 때도 참고인을 조사할 때는 서로 일정을 조율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최순실 씨 수사는 어느 정도 정리됐다 해도 앞으로 수사할 사람이 많은데 그때마다 검찰이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더 나아가 청와대와 유 변호사는 “(조사로 인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미치는 지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박 대통령 조사 시간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할 것이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하야(下野)나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2선 후퇴’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즉각 퇴진’은 물론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유 변호사가 전한 박 대통령의 심경에서도 나타난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과 분노에 책임을 통감”하지만 “선의(善意)로 추진했던 일”이고 “온갖 의혹이 사실로 매도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순실 씨 등 주변 사람들을 관리 못 한 책임은 있지만 하야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개인적 인연을 믿고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신의 과오로 꼽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현실화되면 12일 ‘100만 촛불 집회’로 나타난 민심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로 박 대통령 퇴진 요구가 훨씬 거세지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3차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정국 수습을 시도해볼 기회마저 갖지 못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음 대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수층이 재결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조사 시점을 마냥 늦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미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 수사도 수용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조사가 계속 늦어지면 발언의 진의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과 원만히 협의를 하겠다”, “때에 따라서는 변론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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